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은 기계와 달리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이전에는 없던 의미를 처음으로 생각하여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지식과 기능의 대체자인데 비해 인간은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인 윤리적 책임, 공감적 연대, 공동체적 비전 등 의미와 가치의 창출자이다.
일본 출신의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호소야 이사오(細谷 功)는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지두력(地頭力)의 사고’라고 주장한다. ‘지두(地頭)’라는 말은 원래 ‘타고난 머리’ 즉 ‘맨머리’라는 뉘앙스를 지니는데, 현대적 의미로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는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전형 사고력’이라는 뜻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지두력(地頭力)’이란 ‘전통적인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육감(六感)’이나 ‘촉(觸)’, ‘직관(直觀)’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천두력(天頭力)’이라 명명할 수 있다면, 그와 반대로 ‘지두력(地頭力)’은 협소한 특정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방대한 인터넷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선별함으로써 이미 있는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창의적 사고 능력’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은 창의적 사고를 해야 한다. 디지털 혁명에 의해 인류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란 데이터와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보-소유계층(Informationhave)’과 ‘정보-비소유계층(Informationhave not)’으로 나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터넷의 경제적 효용이 증가하면 할수록 디지털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즉 성능 좋은 컴퓨터를 쓰고 있는가,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가,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가 등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삶의 질과 기회가 달라진다. 혁명적으로 개발된 디지털 기술들은 대개 가격이 비싸고 다루기가 복잡하기 때문에 지식과 재산을 가진 특정 계층에 독점되기 쉽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이 진척되면 될수록 디지털 격차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의 흑인지도자 제시 잭슨(Jesse Louis Jackson) 목사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인권단체와 시민운동단체들은 디지털 격차의 해소를 ‘민권투쟁의 새로운 과제’로 삼고 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창조적 사고(productive/Generative Thinking)’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창조적 사고’란 ‘생각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성 작용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산출물을 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디지털 자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논문으로 체계화시킨다거나 서비스 플랫폼을 론칭하는 등의 이론을 제안하거나 서비스를 혁신하는 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조적 사고가 구체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이 있다면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는 문제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탐구를 통해 문제를 재정의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제기하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통용되던 개념을 다른 맥락에 연결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기존 이론의 공백 또는 모순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거나 어떤 문제점을 다른 각도에서 정의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학 분야에서 “만약 중력이 없다면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발상을 하거나 사회학 분야에서 “디지털 사회에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자본 이론이 어떻게 변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거나 기업에서 “이 제품을 기능이 아니라 사용 경험(UX) 중심으로 새롭게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기존의 개념을 뒤엎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나 창조적 사고는 소통(疏通, interative communication) 가운데 더욱 빛을 발한다. 소통(疏通, interactive communication)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통이란 나와 남, 즉 상호간에 서로 막힘이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소통은 한자로, 트일 소(疏)와 통할 통(通)이 합쳐진 말이다. 벽처럼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가 갈라져서 트여 있어야 그 뚫린 틈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해 나와 남이 단절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소통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일곱 가지이다. 송신자, 수신자, 전달 매체, 전달 언어, 전달 정보, 반응, 기대치 등이 그것이다. 송신자는 정보를 보내는 사람이다. 수신자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다. 전달 매체는 SNS나 스마트폰과 같이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전달 언어는 서로 이해 가능한 어느 나라의 말 또는 수화, 점자, 제스처 등을 말한다. 정보란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반응은 정보를 전달 받은 수신자가 송신자의 작용력에 대응하는 반작용이다. 기대치는 소통을 하려는 이유 내지 소통의 목표이다. 이와 같이 소통을 하려면 최소한 7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소통은 협력을 조건으로 삼는다.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협력이 성립되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협력은 둘이서 또는 여럿이 서로 힘을 모으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는 서로 돕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며 견제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 과정을 통해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협력은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다. 결국 소통은 인간의 변화관리 지수를 높임으로써 우리의 현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급변하는 인공지능시대에 창의적 사고와 창의적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의 지두력을 높이고 변화관리지수를 높여 어떠한 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류의 생존력을 키우려는 목표 하에 만들어졌다. 지두력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개천의 물을 모두 퍼내는 식으로 막고 품거나 아니면 어떤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전여행처럼 제로베이스(Zero Base)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창의적 사고 능력이다. 마찬가지로 변화관리지수를 높이는 소통이란 기존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쳐 집단지성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이처럼 인간 고유의 가치인 사고와 소통으로 인류는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인공지능을 다스리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이에 우리 필진은 세상 일에 대한 체험과 참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인재(人才) 개발에 목표를 두었다. 우리 사회는 한때 이론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기 발전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선택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 해보는 참여 학습도 실시했다. 그런데 체험학습이나 참여 학습은 학습자가 프로젝트(project)가 되지 못하고 교육 전문가가 교육 행정을 통해 미리 설계해 놓은 프로그램에 학습자가 끼어들어가는 서브젝트(subject)방식이었다. 앞으로는 학습자가 계속해서 스스로를 기획하고 창조해갈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이며 교육 내용, 심지어 교육 방법의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project)로서 관여(關與) 학습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