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적 활동은 쓰기에 기반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쓰기 교육은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부 입학 유학생을 위한 학문 목적 쓰기 교육은 대학에서의 학문적 활동의 사고적, 언어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목표는 제1 언어가 한국어인 한국 학생을 위한 쓰기 교육과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나라에서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거친 유학생들이 중급 정도의 한국어 숙달도로 한국 대학에 입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러한 목표에 도달하기란 쉬운 과정이 아니며, 단기간에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학습자 수준에 맞추어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단계별 수업의 내용과 방법을 개발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쓰기는 유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의사소통 기능입니다. 특히 학문 목적 글쓰기는 주제와 내용, 구성, 언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는 요건과 수준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고 익혀야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들은 예전과 달리 구어 의사소통에 더 능한 양상을 보입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은 학습자들은 비격식 상황에서의 구어 의사소통에 익숙한 반면, 읽기나 쓰기 등 문어 의사소통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합니다. 한편으로, 최근 학습자들은 글쓰기에 AI 도구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거나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이용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AI 도구를 무조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AI를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학부 유학생을 위한 학문 목적 한국어 글쓰기의 교육 내용과 방법을 모색해 왔으며, 지난 6년 간 교육 현장에 적용하며 다듬고 보완한 내용을 체계화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글쓰기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학습자들이 잘 알고 있어서 학습 동기가 뚜렷하고 열의도 높다는 것입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쓰면 결국 잘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 편, 두 편, 인내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고,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이 성장했음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을 매개로 학문 목적 한국어 글쓰기 수업이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보람과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낼 수 있게 애써 주신 한국문화사의 김진수 사장님, 조정흠 부장님, 편집 및 교정 작업을 꼼꼼하게 진행해 주신 강인혜 과장님께 감사드리며, 집필과 교정 과정에 도움을 주신 서강대 배효성, 채송이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8월 15일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