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부분 대학에서 생활법률, 법학개론 등 일반교양으로 법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법학전문대학원 출범과 함께 이러한 법학 교양과목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법 교육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집중된 반면, 법학과나 법과대학에서는 경찰이나 행정 공무원 등을 배출하는 교육에 편중되었다. 교양으로서 법학 과목은 설 자리를 잃었고 지금까지 본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적어도 기본적인 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은 조성해주어야 한다. 대학은 물론이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법학, 특히 민법 교육을 위한 강의가 개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교재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법 교육자의 의무인 동시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긴 여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 책이 빛을 본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학교 교육에서 슬기로운 법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교양교재로 민법에 관한 대략적 내용을 담았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정상현은 25년 넘게 민법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교양 법학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제1장 ‘서론’과 제2장 ‘법률관계’를 집필하였다. 먼 길을 오면서 홀로 되어 외로울 때 함께 걸었던 플라타너스를 생각하였다.
제3장부터는 오랜 인연으로 맺어진 후학들이 집필하였다. 성명 순으로 박석일은 제7장 ‘물건거래’와 제8장 ‘금전거래’, 제10장 ‘주택과 토지 이용’을 썼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이고 변제자대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리권 남용이나 명의신탁에 관심이 많다.
성덕근은 제12장 ‘혼인’과 제13장 ‘혼인 해소’를 집필하였다. 현재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이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현대사회와 법’, ‘디지로그재산권’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채권자취소권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가상자산과 인공지능 등 IT 관련 민법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손명지는 제3장 ‘계약 주체’와 제4장 ‘계약 성립’, 제5장 ‘계약 효력’을 집필하였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고 같은 대학에서 ‘현대사회와 법’을 강의하고 있다. 계약해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비교법사학과 함께 과학기술 진보가 민법에 요구하는 제도적 대응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진리는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진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좋아한다. 학문과 삶에서 자아가 갖는 의지보다 더 큰 질서와 의미에 겸허히 응답하는 태도를 되새긴다는 의미란다.
이성범은 제9장 ‘금전거래와 담보’, 제14장 ‘부모와 자녀’, 제15장 ‘상속’을 썼다.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고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법학 기초개념에 대한 법철학적 의미에 관심이 많다.
이승현은 제6장 ‘계약 위반’과 제11장 ‘각종 사고와 손해배상’, 제16장 ‘민사소송절차와 민사집행절차’를 집필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고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무부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전용물소권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보증인이 갖는 구상권이나 소비자계약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민사 관련 법률문제를 거스러미제거하는 마음으로 기술하였다. 우리 법률환경에서 소홀히 할 수 없고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현실적인 측면에 부합하도록 주안점을 두고 설명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학 관련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였다. 각종 신고서나 계약서 양식을 견본으로 제시하여 법률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첨부하였다. 모두 16개 장으로 꾸며 한 학기 법학 교양강의에 적합하도록 맞추었다. 그럼에도 급변하는 현실에 법이 적응하는 시간적 간격은 부족함을 더할 것이다. 용기를 북돋운 박영사 안종만 회장과 안상준 대표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 글자 한 자 한 자, 문장 하나 하나 꼼꼼하게 다듬어 준 이수연 대리, 출판과정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해 준 정성혁 과장에게 감사드린다. 법학을 공부하고 싶은 예비 독자들뿐만 아니라 저자들 역시 읽고 싶었으나 전에 없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간절함에 스스러운 마음에도 출간을 감행하였다. 독자 여러분께서 너그러운 감상과 비평, 이해와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란다.
2025년 8월 15일
명륜동 연구실에서 정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