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로부터 법학 입문서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으니 그 중 국제법 분야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락한 것이 사실 수년 전이었다. 저자 역시 그런 책자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여 응낙은 했으나 이런 저런 개인 사정으로 작업이 늦어지다가 금년에는 「신국제법강의」의 개정판 준비를 잠시 미루기로 하고 본 입문서 집필에 전력하였다. 지난 연초 발간된 「신국제법강의」 서문에서 2015년 초에는 새 개정판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배경에는 올해 중으로 입문서를 집필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국제법 전반에 대한 기본적 설명을 내용으로 한다. 차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통상적인 국제법 개론 강의에서 취급하는 주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입문이라는 제목과 저자의 다른 대학강의용 교재인 「신국제법강의」의 약 1/3 남짓한 분량이 말해 주듯이 가급적 중요한 법원리에 대해 간이한 설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아마 독자로서는 저자의 다른 책자인 「신국제법강의」와의 관계를 궁금해 할 것이다. 「신국제법강의」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주 독자로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부터 국내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됨으로써 저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25개 대학에서는 법학교육의 장이 종전의 학사 과정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상향되었다. 「신국제법강의」는 새로운 법학교육제도의 출범에 맞추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 과목의 교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집필되었다. 이 책자는 적지 않은 분량의 영어 판결문을 수록하는 등 내용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지난 몇 년간 독자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과분한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대학에서는 학사과정의 법학교육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국제법은 반드시 법학 전공자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전공생들의 수강 역시 많은 과목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신국제법강의」는 법학 비전공자들에게 좀 어렵기도 하고, 특히 국제법을 한 학기 과목으로 진행하는 경우 양도 소화하기 벅찬 수준이었다. 이에 본 책자는 법학을 본격적으로 전공하지 않으며 국제법을 공부하려는 학생, 법학전공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진로 설계상 국제법 과목에는 크게 강조를 두지 않으려는 학생, 기타 좀 간이한 수준의 국제법 개론서가 필요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독자들이 이 책과 「신국제법강의」간의 선택에 망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로서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 법학을 전공하지만 본격적인 법조인이 될 의사는 없으며 특히 한 학기에 국제법을 공부해야 하는 독자, 법학을 전공하지 않으나 국제법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는 독자,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 정도로 국제법을 공부하려는 독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본서를 갖고 공부하기를 권한다. 사실 내용의 골격에 있어서 본서와 「신국제법강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든 대학원이든 현재 법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고 국제법에도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가급적 처음부터 「신국제법강의」를 택하도록 하라. 외교관이나 행정부 사무관이 되기 위한 시험 등을 준비하는 독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국제법강의」를 처음 대할 때 영어 판결문의 해득이 좀 부담스럽다면 영어 부분은 뛰어 넘고 읽으면 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나 전반적인 국가의 형편상 특히 국제법 지식의 활용이 필요한 국가이다. 오늘날 한국은 원활한 대외관계를 배제하고는 국가의 정상적 운영이나 생존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국제문제와 관련하여 때로 자기중심적 민족감정이 과도하게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사회 일부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한국을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통용되기 어려운 논리에 자기만족을 느끼기 않도록 경계하며, 국제사회가 어떠한 법질서 속에서 움직이는가를 주의하여야 한다. 국제법은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는 출발점을 제공하며, 각기 다른 민족들이 더불어 사는 규칙을 알려 준다. 국제법을 잘 연구하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윤택해지고 국가의 안보가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나, 국제법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한국이 현단계 이상의 국가발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변치 않은 본 책자가 국제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에도 미력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지난 수년간 저자와 호흡을 맞추며 국제법 관련 여러 책자의 제작을 맡아 준 박영사 관계자 여러 분께 감사를 드린다. 본 책자 역시 그 분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2014. 11.
정 인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