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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웃돈 줘도 못 구하는 소방시설관리사… 왜?

에듀채널 ㅣ 기사입력 : 2016.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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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요즘 소방시설관리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워졌다. 최근 2년 새 건축물 소방시설점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점검업체 의뢰 점검 시 반드시 주인력으로 참여해야 하는 관리사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는 탓이다.


최근 소방시설점검 업계에서는 소방시설관리사를 구하려는 움직임들이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소방안전협회 구인정보란에는 최근 20일 만에 관리사를 채용한다는 게시물(동일업체 제외)이 60개 넘게 올라왔을 정도다.


건축물의 소방시설 자체점검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작동기능점검은 그동안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또는 전문업체를 통해 점검을 하고 2년간 그 결과를 자체적으로 보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1일부터 작동기능점검 결과를 소방서에 보고토록 관련법이 바뀌면서 점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점검 수요에 비해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사실이다. 작동기능점검을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실시할 때에는 소방시설관리사라는 고급 인력이 필요 없지만 점검업자를 통해 실시하려면 반드시 업체에 소속된 소방시설관리사를 주인력으로 배치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도 한 명의 소방시설관리사가 하루에 점검할 수 있는 규모를 법에서 제한해 놨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점검을 한다 해도 일정량밖에는 소화할 수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작동기능점검을 전문 업체에 의뢰했으면서도 소방관서에 내는 보고서는 건축물 관계인 이름으로 제출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소방시설관리사의 배치신고를 안 해도 돼 늘어난 점검 물량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소방시설관리업체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소방시설관리사로는 기존 계약 건조차 유지할 수 없다”며 “물밀 듯 들어오는 점검 의뢰까지 소화하기 위해서는 점검 보고서를 건축물 관계인의 이름으로 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확히 합법이라고도 말할 수도 없는 미묘한 형태의 소방시설점검이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소방시설관리사 부족 현상의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소방시설관리업체들은 건축물 소방안전관리를 연 단위로 계약해 왔다. 1년 단위로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 등 법적 의무 점검을 해주고 주기적인 소방안전관리까지 일괄수주로 대행해 주는 방식이다.


장기간 이런 형태로 사업해 온 업체들은 기존 보유 인력만으로는 기 계약 건조차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기존 계약 대상물이 종합정밀점검을 해야 하는 큰 규모 건물일 경우 추가로 작동기능점검에 소방시설관리사를 투입ㆍ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보유 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관리사를 추가 채용하지 못하면 계약 건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여기에 웃돈을 줘도 소방시설관리사를 구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이어지자 관리업계의 혼란은 커져만 가고 있다.


B소방시설관리업체 관계자는 “현재 근무 중인 관리사가 가정 문제로 이직을 희망해 두 달 전부터 안전협회 등에 6천만원에 관리사 구인공고를 냈지만 사람이 지원하지 않아 7천 이상으로 했는데도 이력서 한 통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작동기능점검을 강화해 점검 대상처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작년과 재작년 관리사가 적게 배출되고 해외 여행 중 점검을 했다고 거짓 서류를 꾸민 관리사들이 처분을 받는 바람에 관리사 구인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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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관계자는 “소방업을 15년가량 해왔는데 여러 인재 중 뽑아써도 시원찮을 판에 초보든 점검능력이 떨어지든, 인간성이 덜되든 간에 관리사 구경을 못 하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작동기능점검 결과 보고서 소방서 제출 의무화 조치는 최근 1년 사이 국내 건축물의 불량 소방시설을 눈에 띄게 개선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면에는 소방시설점검 인력 부족과 비정상적인 형태의 점검 등이 나타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리사 부족 대란, 숨겨진 문제는?


민간에서 이뤄지는 소방시설 자체점검은 소방관련법에 따라 모든 건축물이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강제 점검제도다. 이런 자체점검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으로 나뉘는데 소방시설이 설치된 모든 건축물은 규모에 따라 해당되는 점검을 반드시 실시해야만 한다.


‘작동기능점검’은 소방법상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되는 모든 건축물이 대상이며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기본적인 성능점검을 말한다. ‘종합정밀점검’은 비교적 규모가 큰(연면적 5천 제곱미터 이상, 11층 이상 아파트, 고위험 다중이용업소가 복합적으로 들어선 건축물 등) 건축물을 대상으로 1년에 1회 이상 세밀하게 실시하는 점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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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작동기능점검은 종합정밀점검과 달리 건축물 관계인이 실시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 건축물에는 점검능력을 갖춘 인력이나 능력 자체가 부재하다 보니 전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엄밀히 따지면 이러한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과거부터 작동기능점검을 실시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사실상 점검조차 안 했던 건물들이 태반이어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자 소방시설관리업 면허를 가진 전문업체를 찾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건축물에 소방시설 점검장비조차 없는 현실에서 자체적인 점검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소방시설에 대한 건축물 관계인들의 점검 능력 부재 문제가 소방시설관리사의 인력 부족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부실 업체들도 문제


점검업계에서 나타나는 인력 대란 문제를 늘어난 점검 대상물과 건축물 관계인의 능력 부재 탓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소방시설관리업계의 만연한 부실점검 행태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과 국민안전처가 전국적으로 소방시설 자체점검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116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 중 처분을 받은 소방시설관리사는 106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 행정처분이 진행되고 있는 건도 23건이나 된다.


지난 2003년부터 작년까지 배출된 소방시설관리사 총 1천281명 중 10%에 육박하는 129명의 소방시설관리사가 처분을 받았다는 얘기다.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에 따르면 실제 소방시설관리업계에 종사하는 소방시설관리사는 약 980명 정도다. 명확히 따지면 이 중 13%. 즉 10명 중 1명 이상의 소방시설관리사가 점검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도 참여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미는 등 허위 점검을 했다.


지난해 강화된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에 따라 전국 소방서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왔고 올해부터는 한층 더 강화된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만연했던 비정상적인 점검 실태가 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소방시설관리업체의 관계자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강화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고 점검을 해온 우리 업계에도 문제가 있다”며 “감당할 수 없는 계약 건을 포기하고 관리사를 추가 채용하는 것은 관련 제도가 정상화돼 가는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 가격에 한참 미달하는 저가 점검 실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시설점검에 투입되는 인력은 소방시설관리사 1명과 보조인력 2명이다. 엔지니어링 대가로 산정할 때 하루 투입 시 165만원 가량을 받아야 정상이지만 대부분의 점검업체는 30~40만원 선으로 점검을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점검을 수주하다 보니 결국엔 관리사를 투입하지 않거나 부실 점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제도의 보완과 단속 강화로 점검 체계가 차츰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안전처, 제도 취지부터 살려 나가기로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우선 지난해 작동기능점검 보고서 제출 의무화 이후 운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관리사 증원 대책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달 초 국민안전처가 집계한 ‘2015년 자체점검 실적 현황’에 따르면 작동기능점검 대상 건물은 총 27만3천119개소로 이 중 25만1천352개소(92%)가 점검을 모두 마쳤다.


점검 결과 무려 8만8천979개소에서 불량 사항이 확인됐다. 이는 35.4%의 불량률로 작동기능점검 보고서 제출 이후 수많은 건축물에서 부실 소방시설이 확인돼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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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민안전처는 작동기능점검의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소방안전관리자 등 건축물 관계인의 능력 부족으로 전문업체에 점검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임을 고려해 앞으로는 건축물 관계인의 실무점검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또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을 건축물 관계인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점검표’를 간소화하는 조치도 취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안전처의 중앙소방본부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작동기능점검은 종합정밀점검과 달리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관심을 갖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하고 관리사 등 전문 인력에 대해서도 증원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시설관리업계 일각에서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중 작동기능점검을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 관리사의 참여 의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관리사 참여 의무를 완화하는 것은 자체점검 보고 제도의 근본 취지와 부합되지 않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는 동일 업계 내에서도 현재 상황이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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