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의사이면서 의사가 아닌 자.’ 이 책을 쓴 안승철 교수(단국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는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이 말은 생리학자인 그처럼 의과대학을 나와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을 가리킨다. 그동안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등 생리학이라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관련 책들을 쓰거나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출간된 『내 인생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러한 앞의 책들과는 달리, 의대를 나와 의사가 아닌 의학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 교수는 이 책에서 생리학과 만나게 된 우연과 필연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해, 의대와 병원 실습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던 경험들을 기록해나가며, 생리학 실험실에서 연구자로 보내는 흔적들을 정리하고,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서 그래도 이어가는 의학자의 삶을 사색적으로 그리고 있다.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누가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실험 앞에서 난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의사이면서 의사가 아닌 자.’ 이 책을 쓴 안승철 교수(단국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는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이 말은 생리학자인 그처럼 의과대학을 나와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을 가리킨다. 그동안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등 생리학이라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관련 책들을 쓰거나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출간된 『내 인생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러한 앞의 책들과는 달리, 의대를 나와 의사가 아닌 의학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 교수는 이 책에서 생리학과 만나게 된 우연과 필연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해, 의대와 병원 실습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끊임없이 묻던 경험들을 기록해나가며, 생리학 실험실에서 연구자로 보내는 흔적들을 정리하고,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서 그래도 이어가는 의학자의 삶을 사색적으로 그리고 있다.
안 교수는 평소 동물실험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과 자신의 손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알 수 없는 부채감을 늘 느끼며 죽음에 대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음 토끼 실험은 이 책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중요한 생리학 실습 중 하나인 토끼 동맥혈압 측정 실습은 난이도 면에서 학생들이나 저자에게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실습. 이 실습을 부임한 학교에서 처음 하게 된 날 첫 실습이었던 까닭에 안 교수는 무척 힘이 들었다. 실습에서 토끼가 죽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첫 실습이어서 그랬을까? 죽은 토끼의 눈에 맺힌 눈물이 굴러 떨어져 검은 비닐을 적시던 그 광경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연히 책을 쓰는 일에 발을 들이고 난 후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죽음, 자신으로 인해 일어나는 죽음, 그러한 죽음을 유발한 데 대한 죄책감 등을 언젠가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위에 언급했던 〈토끼 동맥혈압 실습〉은 그 생각을 처음으로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죽음에 대해 써보자는 생각은 했지만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죽음에서 다양한 면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죽음 뒤의 삶이나 영혼에 대해 얘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선은 자연히 실험실 밖으로도 향했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삶이 자신의 글 속으로 들어왔다. 인상 깊었던 실습 및 실험 경험들도 가끔씩 저자에게 글을 쓸 소재를 제공했다. 몇 년 전 봤던 뇌사 상태가 된 다섯 살 아이와 그 가족이 겪는 슬픔과 이별을 다룬 다큐, 제자들과 함께 진행했던 토끼 동맥혈압 실습, 먼저 세상을 떠난 의대 동기, 의대 시절 산부인과 실습에서 만난 새 생명들……. 이 모든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뇌과학을 한다고 거들먹거리며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해온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 자체로, 무엇 하나 빠트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한다.
연구비가 없어도 실험이 힘들어도 늘 새로운 결과를 보면 마음이 설렌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며 느끼는 희열 속에 연구자의 삶이 있다!
삶과 죽음 이야기와 맞물려 저자가 오래도록 품고 살아온 의문은 바로 자신이 왜 의대에 갔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내가 ‘왜’ 의대에 갔었는지 알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그 질문 자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어서 그럴수도 있다. 그와 함께 졸업한 동기들 중에는 큰 병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친구도 있고 조그만 동네 의원을 개업한 사람도 있고 자신처럼 환자를 보지 않고 연구만 하는 친구들도 있다. 저자는 다른 친구들이 현재 자신의 위치에 있기 위해 의대에 왔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생리학자가 되기 위해 의대에 갔던 것은 분명 아니며, 생리학자가 된 것은 의대를 갔던 ‘결과’이지 목적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청각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으나, 세계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과 같은 이가 있어 ‘대한민국에도 청각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의대에 왜 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지금 어떤 유용한 그릇으로 쓰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20년 간 품어온 이 질문은 어떻게 보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도 함께 고민해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진 부분이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