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 건축가 구마 겐고』는 달리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이다. 가족과 집을 뜯어고치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에서 건축 데뷔작 M2의 쓰디쓴 실패, 기로잔전망대, 돌미술관 등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 건축, 사람이 함께 만드는 아오레나가오카, 일본 건축가의 최대 영예인 제5대 가부키극장까지 그의 즐겁게 정신없는 35년 건축 여정을 펼쳐보인다.인간은 매우 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건축을 합니다
동료와 함께 말입니다
매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달리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
건축가 구마 겐고는 자신을 ‘경주마’에 비유하며 레이스하듯 세계를 달린다. 하루걸러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 그에게는 일상이다. 그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단단하고 깨끗한 건축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지향해왔다. 3 11대지진 이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그가 조용히 주장해온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의 건축 철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도 그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건축』 『연결하는 건축』 『약한 건축』 『삼저주의』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구마 겐고. 가족과 집을 뜯어고치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에서 건축 데뷔작 M2의 쓰디쓴 실패, 기로잔전망대, 돌미술관 등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 건축, 사람이 함께 만드는 아오레나가오카, 일본 건축가의 최대 영예인 제5대 가부키극장까지 그의 즐겁게 정신없는 35년 건축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시각 문화 전문 출판사 안그라픽스의 크리에이터를 다룬 ‘나’ 시리즈의 후속편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던지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안그라픽스는 2009년 게릴라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를 소개했다. 안도 다다오가 “생각의 자유를 잃지 않는 열정을 청춘이라고 한다면, 그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 마음가짐이다.”라 말했듯 구마 겐고 역시 근본적인 인간과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은 건축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만드는 일은 즐겁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더 즐겁습니다.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건축을 합니다. 동료와 함께 말입니다.”
새롭게 변모하는 중국, 노련한 프랑스, 한국에서 나는 촌놈……
오늘도 세계를 달린다
구마 겐고가 출장을 갈 때 챙기는 물건은 낡은 검은색 가방 단 하나뿐이다. 주로 꺼내는 것은 도면이나 원고를 확인하기 위한 아이패드로, 기계를 감싼 가죽 커버 앞면에는 각 나라 통신회사 정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프랑스에 갔다가 일본에 돌아온 다음 날 다시 프랑스로, 다음 날에는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에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그 다음 주에는 칠레, 미국, 캐나다를 거쳐 알바니아로……. 한국에 올 때면 그는 자신이 ‘일본이라는 촌에 사는 촌놈’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바라본 일본은 난방 기구인 고타츠 안에서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너무나도 여유롭기 때문이다. “요즘, 특히 그들의 세계화 DNA가 경제 위기를 넘긴 뒤에 자신감을 얻어 한번에 가속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클라이언트의 자신감과 높은 뜻을 보고 있으면 ‘아아, 나는 일본이란 촌에 사는 놈이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드니까요.” 그의 매일은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생활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베이징에 있군.’ ‘오늘은 파리에 있네.’ 하며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낡은 목조가옥 구석구석을
뜯어고치는 게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
일찍이 구마 겐고에게 건축은 ‘영원히 단단한 것’이 아닌 ‘언제나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는 1954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낡은 목조가옥이었고, 주말에는 가족과 집 구석구석을 뜯어고쳤다. 그 과정은 대부분 토론으로 이뤄졌는데, 어린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논리를 세워야 했다. “저도 제주장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아이였지만 자료를 모으거나 논리를 세우는 등 다양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는 ‘묘하게 가부장적인’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어린 그는 아버지 앞에서 아나운서처럼 “아에이오우” 연습을 하고, 입을 옷의 소재에 대해서도 ‘검열’을 받아야 했다. 또한 아버지는 어린 그에게 독일의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디자인한 담배상자를 보여주며 상자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 소재주의 등 구마 겐고 건축의 ‘8할’은 이런 어린 시절의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한 셈이다.
반듯하고 깔끔한 건축에서 되도록 더 멀리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의 철학을 건축으로 실천해온 구마 겐고
구마 겐고가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64년 국립요요기경기장에 들어섰을 때이다. “그 아름다운 지붕의 곡면을 핥으며 쏟아지는 빛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이후로도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저는 그 빛 아래에서 헤엄치고 싶어서, 여름이 되면 요코하마에서 전차를 타고 일부러 국립요요기경기장까지 나왔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