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엔 미니 후지산으로 불리는 ‘요테이산MT. Yotei’이,
뒤쪽엔 ‘안누프리산MT. An’nupuri’이 있는
홋카이도 남부 작은 마을 ‘니세코Niseko, ニセコ’.
…
일본 속 작은 유럽의 느낌.
도심을 살짝만 벗어나도 캐나다, 호주 정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원시의 자연환경이 있는 니세코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시작한 ‘홋카이도 한 달 살기’.
자연을 여유롭게 즐기며 현지인이 일상을 보내듯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녹아들어 보자.
‘육아휴직’한 아빠의 두 번째 육아 여행기
이번엔 홋카이도
육아휴직 낸 아빠와 일곱 살 딸 윤정이가 함께 쓴 3개월간의 호주 여행기 『흥미롭다 호주』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허준성 작가의 두 번째 책 『홋카이도, 그해 여름 끝자락』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첫 번째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현실상 아빠가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경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아빠 입장에서, 특히 홑벌이 아빠라면 더더욱 육아휴직은 당장 가계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긴 용기(?) 있는 아빠들이 차츰 늘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에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허준성 작가 또한 홑벌이 아빠다. 그럼에도 이 아빠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는 두 딸이 커가는 일상을 아내의 스마트폰 속 사진이 아닌 자신의 눈과 마음에 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야기한다. ‘언젠가 다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니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속절없이 커가는 아이들과의 시간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에 과감히(?) 육아휴직을 내고 ‘홋카이도 한 달 살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여름에 간 홋카이도,
거기에 베이스캠프 니세코는 역시 신의 한 수 였다
육아휴직을 결정했을 당시 홋카이도 한 달 살기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육아 전쟁을 치르던 2016년 여름. 그는 그해 초 회사 창립기념일과 주말을 이용해 3박 4일의 짧은 기간 동안 다녀왔던 홋카이도가 생각났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겨울이 길고, 눈이 오면 아이들 키 높이로 쌓여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홋카이도를 보면서 여름에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여름의 홋카이도 모습은 어떻게 변할 지가 궁금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여름 최고 기온이 25~27도로 덥지 않다는 홋카이도라면 여름 나기에 최적의 여행지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그의 예상은 완전히 적중했다. 홋카이도 하면 대부분 겨울 여행을 생각하지만 여름 홋카이도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베이스캠프로 겨울에는 스키어들로 북적북적하지만 여름에는 한적한 홋카이도 남부 작은 마을 니세코로 정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 덕에 수많은 온천과 밀크공방이 있는 니세코를 중심으로 오타루, 삿포로, 샤코탄반도, 도야호, 시코츠호, 무로란, 하코다테, 노보리베츠까지 홋카이도 남부를 보다 자세히, 보다 여유롭게, 마치 현지인처럼 지낼 수 있었다.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
그 꿈은 계속 이루어진다
어찌 보면 허준성 작가에게 있어서 한 달 살기는 ‘홋카이도’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4년 그의 아내와 첫아이 윤정이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감행했고, 허준성 작가는 그 당시 5월에 있었던 황금연휴와 매 주말을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일상 같은 여행’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하루 만에 이곳저곳 찍기 바빴던 여행에서 느긋하게 한 곳에 머물며 하루를 보냈고, 여행자 혹인 이방인의 눈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랄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한 제주도 한 달 살기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날 밤, 그는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다음 한 달 살기는 해외로 하자”라고 아내에게 말했고 그 꿈은 둘째 수정이가 태어난 뒤 2016년 여름 ‘육아휴직한 아빠의 육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해졌다. 간절한 바람을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그 말은 힘을 발휘한다는 공식이 성립되었다고나 할까?
곳곳에 숨겨진 보물도 찾고
가족의 행복도 찾고
스위스의 시골 마을을 떠오르고, 캐나다나 호주 정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는 복 받은 홋카이도. 그중에서도 태어나서 처음 본 색깔이라며, 자신의 스케치북에 담고 싶다며 일곱 살 윤정이가 연신 감탄을 이어갔던 샤코탄 블루,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12사도와 닮은 듯한 무로란 8경 중 하나인 톳카리쇼,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낙엽송 잎으로 발걸음이 푹신했던 도야호의 나카지마섬 그리고 그날 숙소로 돌아가면서 봤든 은하수, 일곱 살 윤정이 눈에는 별나라로 보였던 고료카쿠와 세계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하코다테 야경, 신선이 다녀갈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호수 신센누마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도롯가에서 마주했던 던 야생 여우, 여전히 화산활동을 하는 우스산.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 아름다웠던 홋카이도 여행. 거기에 이 여행에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더해 준 보물찾기(지오캐싱 앱 설치)와 일본 천왕도 다녀간 무로란의 텐동 전문점 ‘텐카츠(天勝)’에서 먹은 스페셜 텐동(그 맛을 잊지 못해 홋카이도를 떠나오기 전날까지 세 번을 방문했던 곳), 안 좋은 날씨 덕에 들렸던 다테시 관광물산관(観光物産館)에서 아이 염색(쪽 염색) 체험 등 볼거리, 먹거리, 체험 등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홋카이도는 가족의 행복을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