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북유럽을 가다
나는 오로라가 보고 싶었다.그렇게 멀고 인적이 드문 곳의 삶은 어떤 것일까 늘 궁금하던 터라,
나중에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02 함메르페스트
노르웨이 방송에 대해 굳이 칭찬하자면 혼수상태란 무엇인가 경험하게 해주는 점이라고나 할까?
03 오슬로
나는 변기 세척제를 빨랫비누라고 확신했고, 내가 지나갈 때 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남자, 변기 세척제 냄새가 나."
04 파리
프랑스 운전자들은 모두 영화 '베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05 브뤼셀
나는 너무나 느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만든 '엘리베이터 송'을 흥얼거리면서
호텔에 깔린 카펫은 왜 저렇게 촌스러울까 궁금해 한다.
06 벨기에
나에게 개를 극도로 흥분시키는 뭔가가 있는가 보다.
개들은 내가 지나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를 번득이며 어슬렁거린다.
07 아헨과 쾰른
바이에른 지방을 여행하다 해독 불가능한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식당 주인이 당황스러워하며 우리의 테이블로 왔다
08 암스테르담
히피의 아이들 이름은 '햇빛'이나 '룰루랄라'쯤 되지 않을까?
암스테르담은 내 안의 히피를 일깨우는 그런 곳이었다.
09 함부르크
스페인 어느 매우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들리는 반면, 같은 말이라도 독일어로
읽으면 포로수용소의 기상 점호처럼 들린다.
10 코펜하겐
스칸디나비아 페리를 타고 여행할 때 절대 제일 먼저 내리지 말자.
모두들 나가는 길을 알 것이라 믿고 그 뒤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11 예테보리
문제:스웨덴에서 집에 전투 경찰을 출동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답: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제때 반납하지 않으면 된다.
12 스톡홀름
유럽도시에서 근사한 점 중 하나는 단순히 공원 이상인 공원들이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13 로마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타면 창문에 프랑스 어로 '몸을 내밀지 말라'고 쓰여 있지만
이탈리아 어로는 '몸을 내미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되어 있다.
14 나폴리,소렌토 그리고 카프리
내가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여행 책자 중 한 권의 제목이'이탈리아 가자'인데
'다른 가이드북 사러 가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5 피렌체
집시들은 불쌍하게 보이기 위해서 가슴이 미어지도록 더러운 아이들 서넛을
온종일 무릎에 앉힌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16 밀라노와 코모
밀라노 사람들은 모두 '보그'나'지큐'에서 쏙 빠져나온 사람 같아서,
남부 캘리포니아의 일부를 뚝 떼어다 놓은 것 같았다.
17 스위스
이곳 제네바에는 활력도,광채도,영혼도 없었다. 이 도시의 최대 장점이라고는 거리가 깨끗하다는 것뿐이다.
18 리히텐슈타인
리히텐슈타인은 모든 게 우스꽝스러운데 그 중 하나가 소시지 껍질과 틀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는 점이다.
19 오스트리아
내가 가지고 있던 '비엔나 옵저버 가이드'에는
'비엔나에서는 박물관을 한 번에 하나씩 공략하는 게 최선이다'라는 조언이 나와 있다.
20 유고슬라비아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저녁이 되면 가족이건 연인이건
사람들 모두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 입고 대로를 따라 저녁 산책을 나선다.
21 소피아
물자가 부족한 소피아의 사람들은 쇼핑을 한다기보다는 살 수 있는 물건을 찾아 뒤지고 다녔다.
22 이스탄불
내가 가보지 못한 대륙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역자후기_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