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는 정석 조중훈 평전이다.▣ 책속으로
“소년은 바다를 꿈꾸었고 바다는 소년의 꿈을 품었다”
시련은 숙명이다. 고통스럽지만 사람을 단련하고 깨닫게 하는 통과의례다.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하고 해원양성소에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소년은 일본 조선소의 수습기관사로 발탁되어 열일곱 나이에 혈혈단신 현해탄을 건넌다. 식민지 소년의 눈에 비친 일본의 바다는 조선의 바다보다 넓었다. 하지만 동포의 비참함이 드러난 ‘상처의 바다’였다. 주경야독으로 단련한 소년은 기관사가 되어 중국으로 간다. 세계인이 몰려드는 그곳에서 그는 ‘지금은 일본 배를 타고 왔지만, 언젠간 나의 배를 타고 오리라!’ 다짐한다.
《파도마저 삼킨 오디세이》 중에서
“전쟁과 그림은 멀리서 봐야 한다. 사업은 더 멀리서 봐야 한다”
베트남에서 사업의 기회를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주한미군의 수송을 책임지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신용은 어떤 담보나 배경보다 든든했다. 신용의 승리였고, 열정의 보답이었다. 조중훈은 베트남에서 미군의 마음만 산 게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돈을 벌기 위해 합류한 근로자, 파월장병, 그리고 상처받은 베트남 현지인들의 마음까지 샀다. 그것은 사선을 넘나들며 수송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퀴논의 전설은 이후 하늘길과 바닷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퀴논의 전설》 중에서
“세계 항공 역사에는 두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하나는 육중한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아오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70년대 한국의 항공사가 태평양을 건넌 것이다”
적자투성이 국영 항공사를 구할 사람은 조중훈밖에 없었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대한항공은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항공이었지만, 조중훈은 기왕 할 거라면 예술처럼 하고 싶었다. 그 시절 한국에서 항공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킨다는 것은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아보겠다고 했을 때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육중한 쇳덩어리가 새처럼 하늘을 날아오른 것처럼 그는 척박한 땅에서 고사 직전의 항공사를 이륙시켰다.
《하늘길을 열다》 중에서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건
날 수 있다고 믿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도 조중훈의 날개를 꺾지는 못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구름 위로 올라가는 역발상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창업 때부터 목숨보다 중요하게 지켜온 신용은 절체절명의 순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이 대한민국도 대한항공도 아닌 조중훈을 담보로 거금을 대출해주었을 만큼 그의 신용은 탄탄했다. 제공호는 또 하나의 사업보국 작품이었다. 조중훈은 기업의 이익보다는 국익과 공익을 우선하는 기업가였다. 대한의 날개는 세계의 날개가 되어 더 높이 비상하기 시작했다.
《대한의 날개에서 세계의 날개로》 중에서
“선장이 키를 놓지 않는 한 전진하는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
잠잠하던 바다는 또다시 성난 파도로 선대를 덮쳤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진해운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개선작업으로는 피할 수 없었다. 재건만이 답이었다. 조중훈은 하늘에서 얻은 경험을 바다에서 구현하리라 마음먹었다. 항공사의 경영기법을 해운사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 해운 역사상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구상이었다. 항공사의 장점으로 재무장한 한진호는 하늘을 나는 배로 환골탈태했다. 전진하는 배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선장이 열정의 키를 놓지 않는 한.
《해운왕 꿈을 이루다》 중에서
“일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모르는 사업은 절대 손대지 않겠다’며 조중훈은 수송외길을 고집했다.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수송외길을 걸으려고 해도 당시 국내 기간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사옥도 짓고 길도 닦아야 했고, 배가 들어오게 하려면 부두도 만들어야 했다. 건설과 토목은 수송외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수송은 끊임없이 길을 개척하는 일이다. 조중훈은 20~30년을 내다보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사업을 통해 국익과 공익에 기여한다는 조중훈의 의지는 사회간접자본 구축으로도 실현되었다.
《수송외길을 위한 변주곡》 중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외교다 외교력은 신뢰와 열정에서 나온다”
수송은 외교와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어 나르는 대상이 승객과 화물이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라는 점이다. 그런 이해관계를 실어 나르는 일은 정치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조중훈은 수송외길을 개척하며 민간 차원에서도 훌륭한 외교를 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기업이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 말고도 민간외교를 통해 국익에 일조할 수 있음을 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