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는 유치원 아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편지를 보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편지를 쓸까 고민하며 교황님의 영상을 지켜보던 중 한 아이가 “그런데 교황님은 그 옷밖에 없으세요?”라며 궁금해 했고 선생님은 “그럼 우리가 교황님에게 새 옷을 만들어 드릴까?”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교황님께 더 멋지고 편한 옷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스케치북을 펼쳤습니다. 꼬물꼬물 고사리 같은 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기상천외한 옷을 입은 교황님의 아바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림 편지가 완성되자 곧바로 바티칸에 계신 교황님께 전해드렸고 편지를 받아보신 교황님도 비서관을 통해 감사의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책은 이런 과정을 담은 것으로 교황님과 아이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된 이야기입니다.“교황님은 그 옷밖에 없으세요?”
“그럼 우리가 새 옷을 만들어 드릴까?”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는 유치원 아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보내는 그림편지를 엮은 책입니다. 늘 흰색 수단을 입고 나타나시는 교황님께 더 멋지고 근사한 옷을 디자인해 드리자는 제안으로 아이들이 저마다 개성 있고 독특한 모습의 교황님을 그렸습니다. 그림 옆에 삐뚤빼뚤 써 놓은 편지글을 보노라면 천진하면서도 사려 깊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패션쇼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장 ‘교황님, 어떻게 지내세요?’에서는 교황님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평소에 교황님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냅니다. ‘왜 하얀 옷을 입으세요?’ ‘왜 반지를 꼈어요?’ ‘어디 어디 나라에 다녀오셨어요?’ ‘어떻게 우리나라에 오셨어요?’ ‘나이가 몇 살이세요?’ ‘어떤 놀이를 좋아하세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속에는 교황님을 친구처럼 좋아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묻어납니다.
두 번째 장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에서는 아이들이 새롭게 디자인한 옷을 입은 수많은 모습의 교황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버라이어티한 패션쇼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흰색 수단에 알록달록 색깔이 입혀지기도 하고 축구 유니폼과 광대 옷, 요리사 옷, 의사 옷 등 다양한 옷을 입은 교황님이 소개됩니다. 일상복에서부터 기도하는 옷, 날개 달린 옷, 심지어 웃는 옷(?)까지 기상천외한 디자인들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 줍니다. 교황님을 배려한 편안한 옷이나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옷이 나오는 대목에선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세 번째 장 ‘교황님, 우리랑 놀아요.’에서는 좀 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교황님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준 멋진 옷을 입은 교황님과 함께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속에는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슬퍼하는 사람이 없나 살피는 등 마치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는 히어로 같은 교황님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옆집 할아버지 같은 메시아로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설자의 조심스런 분석이 돋보이는 그림설명은 자칫 놓칠 수 있는 아이들의 디테일한 심리를 포착하여 감상의 폭을 넓혀 줍니다. 책의 말미에는 그러한 아이들의 마음에 감명한 교황님의 답장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실려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도 아이들의 그림편지를 보시고 기뻐하시며 친히 축하의 글을 써주셨습니다.
해학의 신학을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천진하지만 깊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아이들의 메시지
아이들은 때로 어른들이 생각지 못했던, 또는 세월의 뒤안길로 잊힌 놀라운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그것은 세상살이에 묻혀 있던 우리의 순수하고 본래적인 가치들입니다. ‘교황님은 저 옷밖에 없으세요?’라는 질문은 순진한 어린아이가 무심코 던진 질문이 아닙니다. 그 말에는 불편한 제의 때문에 교황님이 힘들어하시진 않을까 하는 염려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이 있습니다. 나아가 헐벗은 약자와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발랄하게 내뱉어지는 아이들의 투박한 언어에는 이처럼 어른의 사고보다 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천진한 말 한마디에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하는, 웃음으로써 소통하고 사랑을 전하는 해학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