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마음을 다 주고 갈게요.
난 모아와의 기억을 다 가져갈 테니까.”
쏟아지는 여름, 폭발하는 로맨스 도파민!
말 사이사이 딸꾹질 같은 소리를 내는 틱을 가진 권모아지만, 조금도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글씨를 삐뚤빼뚤 쓰는 사람이 있듯 말을 삐뚤빼뚤하게 하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사람보다 동물과 대화하는 것이 편했고, 덕분에 실력 있는 수의사도 되었다.
그러나 문제 아닌 그녀의 틱을 매번 문제 삼는 것이 남들의 시선이다. 차별과 배제에 지칠 대로 지친 모아는 귀향을 택한다. 유년의 추억이 깃든 월녕 마을, 평온한 일상을 기대했던 고향집에 어느 날 벌컥 찬장 문이 열린다. 그 너머로 뛰쳐나온 것은 삵을 닮은 귀여운 생김새에 맹독 발톱을 가진 괴상한 동물.
그보다 더 수상한 것은 뒤따라 튀어나온 존재다. 덥수룩한 머리에 남루한 옷차림, 그에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맑은 눈을 가진, 그러니까 도무지 부엌 찬장에서 나올 수가 없는 건장한 체구의 성인 남성 말이다. 자신을 문지기라 소개한 그는 대뜸 열려선 안 될 세계의 문이 열렸단다. 달 그림자 뒤편, 잊힌 존재들의 땅 ‘별다락’의 문이.
별세계의 존재들이 가져오는 혼란에 모아도 예외가 아니다. 별안간 산산이 금가기 시작한 평온한 일상. 균열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달리기 시작한 문지기의 곁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모아가 함께다.
유별난 존재들의 특별한 모험담
용기 내지 못했던 진심을 토해 내게 하는 미로새, 잃어버린 줄 알았던 엄마의 웃음을 흉내 내는 그림자구미, 평온한 꿈을 노래하는 하늬고리……. 제각기 신비롭고 저마다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사는 별다락은 단순히 환상의 공간만은 아니다. 인간이 외면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장소이면서, 상처 입은 이들이 어우러져 서로를 보듬는 조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희한하고 독특한 존재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상한 것이 이상하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이상해지는 세상. 유별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모두가 특별할 뿐 누구도 이상하지 않은 이 세계는 모아가 꿈꿔 온 세상을 꼭 닮아 있다.
어쩌면 별다락은 인간에게 잊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지켜 온 마지막 공간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땅과 별다락이 종이의 앞뒷면처럼 맞닿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일 테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비인간 존재들은 우리의 메마른 일상에 신선한 상상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보다 너르고 넉넉한 사랑의 품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토록 ‘무해한 도파민’
로맨스와 판타지, 모험과 드라마.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하는 온갖 설렘이 담겼다. 세계의 균열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달리며, 멈출 수도 감출 수도 없는 마음을 따라 직진하고, 스스로를 가둔 아픔으로부터 내일을 향해 성큼 발 내딛을 때, 여지없이 우리의 심장이 뛰는 것은 바로 『온 마음을 모아』가 가진 고농도 ‘도파민’ 덕분일 테다. 이 작품은 안전가옥과 키이스트가 함께한 〈2023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로맨스 도파민〉의 장편 트리트먼트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모아의 말이 한 번도 삐뚤빼뚤하게 들린 적 없다고, 그저 예쁜 목소리라 말하는 문지기의 진심은 맑은 눈동자만큼이나 투명하다. 각자를 묶고 있는 단단한 상처와 아픔을 향해 지치지 않고 문 두드리는 두 사람에게는 망설임이 없다. 마침내 닫힌 문을 열게 하는 것은 조용한 노크, 뭉근한 온기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책 속에는 두 손 넘쳐 품안 가득한 진심이 있다. 뜨겁지 않은 다정함, 따갑지 않은 간질거림. 요컨대 우리가 잊고 있던 설렘을 다시 지펴 내는, 이토록 ‘무해한 도파민’이다.
더 너르고 넉넉한 사랑으로
이 책의 제목을 따라 온 마음을 다할 때, 두 팔 벌려 가득 끌어안을 때, 사랑의 의미가 깊어지고 단단해짐은 물론 더욱 넓어지는 줄 알게 된다. 손 맞잡은 둘과 주변인들뿐 아니라 그늘 아래 소외된 이들, 나아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에게 손 내밀게도 된다.
책의 만듦새까지 그런 유심으로 살폈다. 종이의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표지의 비닐 코팅을 생략하고, 보호 커버는 여러 책에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다회용 투명 소재를 택했다. 아끼는 마음이자 지키는 손길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쌌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의 세계를 지켜 온 사랑의 다른 이름이 바로 ‘꿋꿋함’일 테니까.
손쉽게 미워할 이유를 찾는 이 세상에서 꿋꿋이, 기어이, 사랑의 자리를 발견하기를. 『온 마음을 모아』 전하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