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결국 작은 행복으로 완성되는 것이어서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크고 화려한 행복을 꿈꾼다. 성공을 상징하는 번듯한 직장, 풍요로운 경제적 여유, 사회적 명성 같은 것을 좇으며 삶의 완성도를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진정한 행복은 크고 거창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에 있기 마련이다. 《새피엔딩》은 이와 같은 우리 삶의 해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가족과 마주 앉아 함께 나누는 평범한 저녁 식사,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동거인들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처럼 그저 일상적이고 소소한 행복이 우리 삶을 채운다는 그 명료한 가치를 담았다.
이 책에서 김태호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아픔과 상처를 조금씩 덮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힘든 하루 끝에 찾아오는 아내의 위로 한마디, 아이들이 부르는 작은 노랫소리,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꾸는 나무 등, 어느 하나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풍경이 결국 가장 큰 위안이자 행복임을 알게 된다.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행복이야말로 힘든 현실을 버티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은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크고 대단한 성공만을 좇느라 정작 손에 닿는 행복을 놓쳐왔던 우리에게 한 줄기 따뜻한 빛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건 마치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던 가족과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반짝이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렇게 저자는 삶의 어려움과 슬픔 속에서도 결국 작은 행복을 모아 일상을 회복할 때 삶이 비로소 온전히 완성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빚어낸 기적
‘가족’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누구에게는 상처이기도, 누구에게는 든든하게 기댈 곳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각자가 떠올리는 가족의 단상은 모두 다르고, 늘 좋거나 나쁜 것만은 아닌 게 가족이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끔, 주어진 환경은 타고나는 것이고 그것은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가족이라는 존재가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나 사명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더 나아가 선택하고 가꾸어 나가며 내가 만들고 애틋하게 여길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가족임을 알게 한다.
이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건 가족이라는 관계가 결코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무심함으로 우리를 아프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실망과 오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의 진정한 기적은 그 불완전함과 갈등을 벗어나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작가는 자신의 원가정과 자신이 만든 새로운 가정 안에서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가족이라는 의미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다. 자기 삶에 있어 가족이 만들어 낸 크고 작은 기적들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우리에게 가족이 주는 깊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가족이라는 건 때로 고통과 아픔의 근원이기도 했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 가장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주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가족은 나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상처에서 벗어나게 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런 메시지를 세상에 던져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상처를 기록하고 행복의 씨앗을 틔우기
이 책을 읽다 보면 과거의 상처와 슬픔을 대하는 태도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가족 안에서 겪었던 폭력, 결핍, 상처를 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도 나의 일부’라는 자세로 천천히 펼쳐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애써 덮어 두고 싶은 기억일지 몰라도, 저자는 그 모든 순간을 자기 인생의 중요한 기록이라 여기며 종이 위에 남긴다. 힘들었던 날들을 꺼내어 쓸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틴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 이 책의 곳곳에 녹아 있다.
“상처는 허무가 아니라 행복의 기록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과거의 상처들로 지금의 행복을 만들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의 폭력, 가난,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가족에게 받은 크고 작은 마음의 흉터까지. 모두 지나고 나면 하나의 인생이 되고, 결국 그건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래서 《새피엔딩》은 더 이상 상처에 갇히지 않고, 그 기억을 딛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픈 과거를 어떻게 다루어야만 할까. 상처와 그늘이 없는 삶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상처를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솔직하게 꺼내어 들여다볼 때 그 아픔이 더 이상 삶의 짐이 아니라 언젠가 틔울 작은 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값진 과정임을 조용히 읊는다. 그래서 《새피엔딩》은 누구나가 가진 자기만의 상처를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삶의 어두운 페이지도 애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단정한 시선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