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서문
개원의를 위한 갑상선질환의 진단 노하우
학생 시절 ‘갑상선질환의 진단은 왜 이렇게 헷갈리지? 게다가 뭐가 이렇게 복잡해?’하고 자주 자문(自問)했던 것 같다. 갑상선은 단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가 요구하는 정도와 갑상선의 호르몬 생산량을 완벽히 파악한 시상하부가 뇌하수체와 긴밀하게 교신하여 갑상선호르몬 생산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흐르고 난 후였다. 어떤 질환이든지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 단순하게 접근하면 진단적 오류에 빠질 위험이 높다. 저자가 지적하듯, TSH나 free T만 보고 진단에 혼선을 일으켜 의뢰된 환자 사례를 종종 경험한 바 있다.
갑상선은 약 20 g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몸의 가장 큰 단일 내분비 기관으로서 다양한 대사 과정을 조절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하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혈류의 현저한 발달, 임신이나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갑상선기능이 자주 변동할 수 있다. 또한 갑상선은 가장 흔한 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과 그레이브스병의 병터가 되기도 하고 낭종이나 결절이 호발하는 장기이다. 그러다 보니 갑상선질환을 잘 이해하면 많은 내분비질환의 병태 생리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질환과 다른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갑상선 진찰부터 시작하여 갑상선기능질환과 갑상선 결절, 그리고 갑 상선암의 스캔이나 초음파 접근에 대해서도 매우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반복하여 기술하고 증례를 통한 접근을 함으로써 갑상선질환을 쉽게 진단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점이다.
『갑상선질환 -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의 역자들은 갑상선질환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하거나 좀 더 지식을 확장하여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적 접근을 하기 원하는 개원의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의 번역을 하게 되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권고하는 새 의학용어 사전을 토대로 대부분 우리나라와 비슷한 요오드 섭취량과 질환의 빈도를 감안하여 가능한 본문의 내용에 충실하게 번역하였으나 몇 군데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역자들의 논의를 거쳐 수정ㆍ보완하기도 하였다.
2013년 1월
함 종 렬
머리말
갑상선질환은 매우 흔한 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갑상선질환의 진단은 내분비 및 대사성질환, 가령 당뇨병이나 뇌하수체질환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개장 등의 글을 보면 갑상선질환이 어렵다고 인식하는 개원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높은 증례를 TSH 생성 종양이 아닌지 의심하거나,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높은 증례를 그레이브스병으로 진단해 항갑상선제 치료를 시작하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이렇게 진단을 망설이는 개원의에게 갑상선질환의 진료 포인트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표현은 어렵지만 ‘갑상선질환이란 무엇인가?’를 책을 통해 지식으로 얻기보다는 ‘직접 느끼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파악’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사과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바라보고만 있는 것보다 손으로 만져 보고, 씹어서 먹어 봐야 ‘사과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개념이 몸 구석 구석까지 전달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렇구나! 이것이 갑상선질환이구나’ 하는 느낌을 알게 되고, 갑상선질환에 대해 ‘답답했던 점’이 확실히 풀리겠지요.
이 책의 목차를 보면 갑상선질환의 진단에 필요한 항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한정된 지 면 내에서 이 항목을 자세히 해설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제와 변주의 형식처럼, 각 주제마다 ‘좀 더 알아볼까요’라는 항목을 삽입함으로써 주제를 다른 시점에서 보면 어떤지 기술해 독자의 이해에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가능한 한 증례를 삽입하고 그 증례를 파악하는 포인트를 해설하여 임상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과의 만남으로 갑상선질환에 흥미를 갖고 조금이라도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이 책은 임상의 제일선에서 갑상선 진료에 활약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집필했습니다.
Fukata Shu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