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는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 중 하나지만 변비의 세세한 증상을 파악하고 기저질환이나 병태생리를 유추하며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하기보다는 주로 변비약을 처방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심장병이나 뇌졸증 환자들이 변비가 계기가 되어 사망에 이르는 것과 변비 환자의 삶의 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를 보면 변비를 가볍게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변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6.5%에 이를 정도로 흔하며 이중 상당수는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로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가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는 2000년 학회총서 발간 사업을 시작하면서 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변비’를 주제로 한 제1권을 발간했고, 2004년에는 그 개정판(총서 5권)을 발간하였습니다. 올해 다시 개정판 발간을 기획한 이유는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비에 관한 진단기준도 바뀌었으며 새로운 약제의 개발과 기존 치료법들에 대한 근거의 축적으로 진단적 접근법이나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 개정판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의학 발전 및 의료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지식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변비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상세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변비의 모든 것을 다루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임상의와 전공의에게는 진료에 직접 도움이 되는 변비의 기능 검사법까지 숙지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회원님들과 변비를 연구하고자 하는 의학자에게는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변비 연구의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Part 1에서는 변비의 정의와 역학에 대해 2006년 로마기준 III가 개정되면서 달라진 내용과 새로운 역학연구 등을 중심으로 집필하였고, part 2는 대장운동과 항문직장의 배변에 대한 병태생리를 다루었습니다. Part 3은 진단으로, 증상에 근거한 진단과 더불어 난치성 변비에서 시행되는 각종 변비 검사법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Part 4는 치료편으로 일반적인 요법에서부터 약물치료, 바이오피드백치료, 외과적 수술, 난치성 변비의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Part 5와 6은 소아·청소년, 노인, 임산부, 척수손상, 파킨슨병 및 만성질환 등 특수한 상황의 변비에 대해 심도 있는 내용으로 집필하였습니다. Part 7은 변비로 인한 정신사회적인 문제와 삶의 질을 다루었고, part 8에서는 흥미로운 실제 증례를 통해 진단과 치료적 접근을 보다 생생하게 다루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독자들의 완전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습니다.
본 총서가 여러 선생님들께서 진료실에 두고 자주 열어보는 유용한 참고서가 되기를 기대하며, 기꺼이 원고를 집필하여 주신 저자 분들과, 주야로 세심한 면까지 성심을 다해 원고를 정리하고 편집해주신 김나영 교수를 비롯한 편집위원회 위원들께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항상 훌륭한 책을 만들어주시는 도서출판 대한의학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 작가 ‘마리오바르가스 요사’가 한 말로 인사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그들은 천천히 싼다. 온 힘을 다해, 느긋하게, 내장의 근육에 부드럽고 지속적인 충격을 가하면서 말하자면 어거지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덩어리들이 출구를 향하여 우아하게 미끄러져 나가도록 인도하고 수행하며 호위한다. 마치 그 일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듯.’
2013년 11월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회장 이 준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