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두
‘의학사’·‘의사학’이라 하면 여러분은 어떤 한자를 떠올리십니까? 의학사(醫學士)· 의사학(醫師學)? 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정답은 ‘의학사(醫學史)’·‘의사학(醫史學)’입니다. 의학사(醫學史)란 의학의 역사를 말하며, 의사학(醫史學)이란 의학사를 연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의사학은 흥미롭습니다. ‘연구’나 ‘학문’ 등의 다소 딱딱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경원시되어 버릴 것 같은데, 의학의 역사는 인간드라마와 지적 모험이 소용돌이치는 원더랜드입니다. 내가 의사학에 흥미를 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학생시절 임상실습에서 소독법이나 전신마취의 발견의 역사 등의 Mini Lecture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의학부 강의라고 하면 주로 최신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임상에 도움되지 않는 역사 이야기는 들어봤자 소용없다’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겠지요. 그러나 당시 의학공부를 하면서 동인지나 투고용 만화를 그리고 있던(심사가 비뚤어졌던 탓일까?) 나는, 그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국가시험 공부가 끝나면, 천천히 의학사책을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되고 당분간은 임상이나 연구(혹은 만화) 때문에 바빠서, 의학사책 등을 읽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2003년 봄이 돼서야 월간지 『간호학 잡지』에 「만화 의학의 역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은 너무 젊은 시절에 손을 댈만한 테마가 아니라고 자중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의학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태고부터 21세기 현대까지의 흐름을 의학이나 생물학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잡지 연재를 시작으로 단행본까지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려서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만화의 시점은 2007년 12월 현재로 하였습니다.
이 만화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쉽게 표현했습니다. 의학이나 생물학, 의사학에 박식한 분께서 보시면 다소 내용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의학사입문을 위한 입문서」라는 위치에서 본다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Tamotsu Ibaraki
■ 추천의 글
이 책은 서양 의학의 역사를, 그 기원에서부터 최근의 장기이식, 시험관 아기 등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깊이 있는 내용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피소드 형식으로 집필되어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추천 의뢰를 받고 내용을 살펴보니 쉽지만 얕지 않으며, 일목요연한 흐름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고 있어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일본에서 저술된 책이라 지나치게 일본의 시각에서 집필된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어 선뜻 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국내에 이런 종류의 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출판사 측의 거듭된 권유로 추천하기로 하였다.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포함된 것에 독자들의 넓은 이해를 구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의학 역사에 관한 책들은 텍스트 위주로 되어 있어 따분하게 정보만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화 형식을 갖고 있기에 폭넓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의학도의 길로 처음 들어선 학생에서부터, 전공의, 대학이나 개원의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진료하는 전문의뿐만 아니라, 의학도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에게 충분한 교양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의)학자들의 이름은 가능하면 한글과 영문을 같이 병기하여 이해를 도왔으며, 가능하면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용어를 택하였다.
끝으로 의학 분야의 많은 책을 출판하여 의학계의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하고 있는 군자출판사 장주연 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2012년 7월
박 형 우(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은의학박물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