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서문
자서
한방임상이야기(雜病韓治)라는 졸저(拙著)를 출간한지 이미 4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출간 후에 다시 보니 조잡한 내용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2권은 좀 더 충실한 내용을 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한의학이라는 전통적인 학문을 공부하고 임상에 적용하고 유효한 결과를 낸다는 것은 단시간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임상현장에 투입되면, 교과서에 나오는 그대로의 환자가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부터 혼란과 고난은 시작된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첫 번째 환자를 진료했을 때의 그 혼란은 매우 생생하다. 어떤이는“진료에 필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기본이 있어야 참고할 서적도 찾을 수 있고 임상도 할 수 있다. 그 후 임상을 통해 나오는 결과는 다시 기초로 흡수된다. 이 책은 임상에서 만나게 되는 그런 특별한 환자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전통적인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한 기록이다.
현재 한의학계 및 세계적인 논문발표의 정황을 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나 침구학에 대한 논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주의해서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일본에서 나오는 한방관련논문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 논문들은 깔끔했다. 비록 일본한방의학계에서 보험엑기스를 사용하게 되면서(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다) 중증질환에 대한 특수한 증례나 특수발견이 나오고 있지는 않으나 그 응용과 효과판정에 있어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여 한국, 중국에서 발표되는 논문들보다 한층 높은(보다 정확하게는 군더더기 없는) 수준의 학문역량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을 되돌리면 한국의 상황과 비교된다. 한국에서는 비록 탕약(湯藥)을 위주로 처방되고 있으나 그들보다 좋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한방엑기스를 사용하여 특수한 분야에 사용하고 그에 따라 서양의학이 속수무책인 방면에서 논문이 나오고 있다. 물론 약물사용과 통계분석은 실질적인 임상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설문지형식 및 점수제로 효과를 판정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솔직히 시샘이 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한국 한의학계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상황은 한의사간에, 한의학과 서양의학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앞으로 어느 정도는 힘든 시기가 있을 것이고 예상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조용히 버티면서 절차탁마(切磋琢磨), 와신상담(臥薪嘗膽)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학술발표는 이런 치열한 과정 중에 나오는, 즉 한국의 세련되고 독창적인 눈문들을 원하고 있다.
안팎으로 복잡한 현실에 묻혀 있지만 임상 한의사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나에게는 그렇다). 모든 종류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각 질환에 대해 알아가고 한의학 외의 관점도 흡수하면서 천천히 새로운 학문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현재 한국의 한의사들이 얼마나 좋은 시점에 있는지를 자신들은 모르지만 진정으로 감사해야 한다.
지금도 임상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한의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여러 번 교정을 했음에도 오자(誤字)가 있을 수 있지만 내용은 진실하며 한의학 동도(同徒)들에게 미약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나는 대만족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군자출판사의 장주연대표이사님 및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바쁜 진료 중에도 교정과 교열을 성심을 다해 도와준 친구 박원 원장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증례를 필자에게 주신 환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溫故創新, 突破極端
2013년 4월 16일
양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