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3관왕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문학 거장
살만 루슈디의 창작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강의
“모든 형태의 검열에 완강히 반대하고 예술적 자유를 갈망하는
저명한 소설가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_커커스 리뷰
이야기를 사랑하도록 태어난 인간은
문학을 통해 스스로와 세계를 만들어간다
『진실의 언어』는 문학과 소설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주제로 포문을 연다. 아이일 때부터 인간은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듯 이야기를 원하며, 이야기에서 그리는 세계는 우리의 일부가 된다. 결국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현실을 이해하는 틀이 되어주는 것이다.
루슈디는 우리의 눈이 되어주는 이야기들이 반드시 사실적이거나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자전적 요소에도 집착하는 듯한 요즘의 풍조를 비판하며 소설이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 허구성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신비롭고 흥미롭고 초현실적이며 때로는 상스럽기도 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으로 빚어진 이야기라는 ‘비진실’은 사랑과 증오, 용기와 비겁, 삶과 죽음이라는 ‘진실’에 도달하는 통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문학은 걸핏하면 다투기 좋아하는 세계가 우리에게 망각하길 강요하는 것들로부터 눈길을 뗀 적이 없다. 문학은 모순을 향유한다. 소설과 시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복잡성을 노래하며, 동시에 예스면서 노도 되고, 이것이면서도 저것이 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조금의 불편도 느끼지 않으면서 노래한다. (358p)
2부에서 영미문학의 계보를 구성하는 셰익스피어, 필립 로스, 커트 보니것, 사뮈엘 베케트 등의 작가를 비평하면서 루슈디는 이 작가들이 위대한 이유는 ‘변화무쌍함’과 ‘자유’라는 문학의 본질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이상 자신이 태어난 국가, 지역, 언어권에 영속되지 않는 현대인에게 ‘이주’는 일상이 되었고, ‘변화 속에 자아를 재창조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루슈디는 이것이 문학의 오랜 주제였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자아는 동시에 많은 자아가 될 수 있고, 또 실제로 많은 자아”이며, 문학은 이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설, 사회의 복잡성을 포용하고 이해하도록 포석을 깔아주는 것이 바로 문학의 역할이라고 루슈디는 말한다.
자유라는 관념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거짓에 맞서는 진실의 언어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루슈디는 이 시대를 허위 정보와 거짓, 선동과 혐오에 의해 진실과 용기가 가려진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생태적 문제, 종교적 광신, 독재 정치가 여전히 존재하는 시대에 신뢰라는 가치마저 힘을 잃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세대를 꿈꿀 수 있으며 꿈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유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고, 편협함에서 벗어나 상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있는 진실의 언어를 통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루슈디는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 세대가 관용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분에게 관용적이지 않고 퇴행적인 세계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탄력성이 있는 곳이고, 아직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우며, 놀라운 잠재력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만든 엉망진창의 세계를 바꿀 수 있으며, 여러분이 바꿀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지구를 더 사랑하고, 덜 편협하고, 더 관용적입니다. 여러분의 이상은 우리의 이상보다 더 오래갈 것입니다. (481p)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폭격 맞은 도시가 재건되어야 하듯이 진실과 현실도 새로운 언어로, 바닥에서부터 재구성되어야”함을 인지하고 폐허문학이 그 역할을 맡아왔다. 루슈디는 이 시대에 문학과 예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웨이웨이와 류샤오보가 중국의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푸시 라이엇이 러시아의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태린 사이먼이 사진을 통해 미국의 숨겨진 것들을 폭로하고, 카라 워커가 회화작품을 통해 인종주의와 노예의 역사를 드러내듯이 말이다.
이처럼 루슈디는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항의 언어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금 사람들이 작가와 예술가, 언론인, 사상가들을 신뢰하고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로 현실을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진실의 언어』에 실린 루슈디의 엄선된 글들은 평생 ‘자유’라는 근원적 가치를 수호해온 그의 문학적 족적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