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른 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생기거나 후회하는 일이 생기거나 잊고 싶지 않을 만큼 좋은 일이 생기거나 한다면, 우리 삶에서도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보다 안정된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겹쳐진 도서관』에는 이러한 욕망이 다소 다른 결의 이야기로 풀려 있다. 캐릭터가 자기 삶의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빙의하여 시간 여행을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생활하면서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를 마주하게 된다. 이 세이브 포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사서’는 시간 여행자들에게 그것이 왜 있는지는 알려주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내하지 않는다. 시간 여행자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 줘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이 세이브 포인트가 그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직감이 더해지면서 더 큰 긴장감을 느낀다.
독자는 시간 여행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선택을 지켜본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하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만나는 타인
시간 여행자들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세이브 포인트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본인 기준의 선택이 아니라 그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선택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시간 여행자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도 한 번쯤 그러했던 경험을 상기한다.
본래의 ‘나’였으면 하지 않을 법한 선택을 했을 때, 보통은 누군가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본인이 그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러한 선택을 한 주체가 ‘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타인 그리고 세상과 삶을 주고받은 ‘나’ 말이다.
결국, 모든 삶은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삶이 타인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우리의 삶이 다양한 콘텐츠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겹쳐진 도서관』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모든 삶이 기록되는 ‘책’이 있고, 그 책들이 보관된 ‘도서관’이 있다.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고, 그 다른 사람은 그 책 주인의 삶으로 갈 수 있다.
비록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으로 가서 직접 겪을 수는 없지만, 여러 콘텐츠의 이야기를 보면서 간접 체험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우리 삶은 보다 더 풍성해진다. 그렇게 폭이 넓어진 우리의 삶은 또 새로 개발·제작되는 콘텐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타인은 물론 모든 것과 분리할 수 없다.
무한히 연결되는 삶에 『겹쳐진 도서관』이 부디 기분 좋은 경험으로 안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