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이 뜬 날 마법이 펼쳐진다
수줍음 많은 아이와 이름이 같은 성우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
소심하고 말수가 적은 아이 ‘정이’. 얼마 전, 동네에서 ‘감나무 집’이라고 부르는 큰 집으로 이사 온 후 정이는 더욱더 움츠러들었다. 높은 담장과 오래된 감나무에 싸여 안이 보이지 않는 감나무 집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그 가운데 하나가 재벌의 별장이라는 것. 이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정이는 엄청난 부잣집 딸이 돼 버렸다. 실상은 아빠의 사업 실패 후 정이는 엄마와 둘이 저택에 딸린 단칸방을 빌려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다. 전학을 오자마자 거짓말쟁이가 되었으니 정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집 밖으로 나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커다란 괴물처럼 서 있는 저택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자 눈부시게 환한 슈퍼문의 빛이 가득한 거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이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성우 ‘서혜정’과 고양이 ‘낭독이’를 만난다.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일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낭독’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큰 소리로 책을 읽다
얼굴이나 이름보다 목소리로 더 유명한 직업 성우. TV에서조차 외국 영화나 드라마가 귀했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본방 사수를 하면서 자막이 아닌 성우들의 더빙을 통해 즐겼다. 그 가운데 FBI 요원 폭스 멀더와 스컬리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수사하는 이야기를 담은 SF TV 시리즈 〈엑스파일〉은 엄청난 인기였다.
《낭독하는 아이》는 〈엑스파일〉의 주인공 스컬리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서혜정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 혼자 있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책을 펼쳐 들고 큰 소리로 읽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날 이후 좋아하는 책은 물론이고 교과서나 문제집까지도 소리 내어 읽었고, 자신감도 커지고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실제 성적도 올랐다. 무엇보다 ‘성우’라는 꿈은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이 되었다. 낭독하면서 만난 책 속의 수많은 인물이 때로는 용기를, 때로는 위로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낭독하는 아이》는 성우 서혜정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고, 지금도 매일 확인하고 있는 낭독의 마법 같은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 정윤경은 어린 정이와 어른 정이를 슈퍼문이 뜬 날 만나게 한다. 그리고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어린 정이에게 문제 해결의 비법으로 ‘낭독’을 선물하며 위로한다. 정이처럼 자신감이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서 속앓이하는 어린이에게 이 선물이 가닿아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