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로 수놓은 특별한 동시집
한글그림 동시집 『물땡땡이들의 수업』, 색색깔깔 동시집 『피카소 물고기』 등 시인이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형태와 색채에 대한 관심이 『무늬 도둑』에서는 더욱 확대되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하나의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점, 선, 면, 모양, 색깔이라는 요소를 반복한 패턴을 통해 무늬를 만들고 이것을 시로 제시한다. 아름다운 무늬를 생각하며 썼다는 최승호 시인의 말처럼, 『무늬 도둑』에는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무늬들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무늬 도둑』은 ‘점무늬’를 시작으로 ‘줄무늬’ ‘면무늬’ ‘꼴무늬’ ‘색색깔무늬’로 구성되어 있다. 달마티안과 노랑거북복의 몸에 찍혀 있는 점무늬들, 라면과 장수말벌의 줄무늬들, 원숭이난초와 노랑무늬붓꽃의 신기한 모양까지 이번 동시집 안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글에 담긴 무늬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그림도 매력적이다. 아이들은 시를 읽으며 무늬를 상상하고, 그림 속에서 무늬를 발견하게 된다. 재료의 질감을 살려 주는 홍성지 작가의 그림 덕분에 다양한 무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시 속에 언어로 숨겨져 있는 무늬를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각 시의 제목 옆에 작게 패턴을 그려 둔 것도 특징이다. 이 덕분에 독자들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즐겁게 동시집을 읽을 수 있다. 놀이를 하듯 시에 빠져들며 자연스럽게 언어는 물론이고 상상력과 창의력 또한 기를 수 있다.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언어의 리듬감
난해하지 않아 쉽게 읽히는 것이 특징인 최승호 시인의 다른 동시집처럼, 『무늬 도둑』 역시 어린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집이다. 언어의 반복적인 활용으로 리듬감을 살리는 동시들이 많아 말의 맛이 잘 살아 있기도 하다. 반복되는 언어를 따라 동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가진 특유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시를 만드는 최승호 시인의 특별한 감각도 잘 살아 있다. 이름처럼 자기를 잡아먹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으름밤나방 애벌레 이야기나(「으름밤나방 애벌레」) 양파가 무늬를 일부러 감추고 있다는 생각은(「무늬 도둑」) 그 자체로 웃기면서도 시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쉽기만 한 게 아니라, 편하게 읽히면서도 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워 주는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