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채만식인가?
채만식은 웃음과 해학을 무기로 현실을 가장 깊이 관조한 작가다. 그는 인물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인물을 둘러싼 사회 구조까지 함께 비틀어 보여주는 데 탁월했다. 그래서 그의 풍자는 단순한 조롱으로 그치지 않고,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겨누며 시대의 모순을 정밀하게 해부했다. 채만식의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오늘날, 청년 세대의 좌절과 사회적 방관, 공동체의 위선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채만식은 이미 백 년 전 그 풍경을 예리한 풍자 속에 담아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을 지닌다. 채만식을 다시 읽는 일은 곧, 우리 시대의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