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미완과 회귀, 그림과 삶이 겹쳐지는 한 화가의 아름다운 회고”
이 소설은 화가이자 작가인 최용건의 삶과 예술, 사랑의 기억이 교차되는 자전적 서사로, 누구나 가슴에 품었을 법한 첫사랑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화가의 눈으로 기록한 사랑과 삶의 풍경”
주인공 ‘나’는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신윤복의 이름을 빌려와 화자로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삶의 고통과 감정의 깊이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서술 전략이다. 군 복무, 엽서로 시작된 사랑,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40년 뒤 걸려 온 전화까지… 한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20여 개의 에피소드는 한 편의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아련하게 번져 간다.
“자작나무 숲, 기억의 무대”
소설은 인제 자작나무 숲을 기억과 회귀의 장소로 설정한다. 주인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며, 과거의 사랑이 완성되지 못한 의례처럼 여전히 자신의 삶을 떠돌고 있음을 고백한다. 자작나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첫사랑의 상징이자 삶의 위안, 그리고 존재의 은유로 기능한다.
“젊은 날의 사랑은 투명한 두려움”
소설은 단순한 회상에 머물지 않고, 사랑이란 감정의 복합성과 영속성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
“첫사랑의 파경 이유는 오로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천 길 벼랑 아래로 흐르는 투명한 물속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두려움 같은 것.”
이러한 문장들은 독자에게 첫사랑이란 무엇이었는지를 되묻게 하고, 잊혔다고 믿었던 감정의 여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예술가의 고백, 삶의 회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화가로서의 삶과 고뇌,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완성해 낸 창작의 결실에 대한 성찰도 진솔하게 담겨 있다.
“예술 활동에서 창작 과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품이 완성된 후 이를 감상하고 음미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작가의 말은 곧 우리 삶 전체에 대한 은유이자 조용한 철학적 메시지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