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선인장이 보여 준, 척박한 시대의 인간 존엄
현실을 고발하고 희망을 심는 문학적 증언
『선인장이 있는 풍경화』는 교권 수호의 외침을 넘어, 한 인간이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는 “10여 년이나 묵혀 둔 원고”를 내놓으며, 오늘날 학교가 “더욱 아름답지 못하고 더욱 사나운 곳이 된 것 같아 마음 아프다”는 심정을 밝힌다. 주인공은 재단의 부당한 압력과 언론의 왜곡에 맞서 싸우지만,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교육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반복 등장하는 선인장은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선물한 선인장 화분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남는 교사의 정신을 비춘다. 주인공이 구속과 억울한 누명, 동료들의 배신, 사회적 고립을 겪는 중에도 선인장은 꿋꿋이 존재하며 “갈증을 먹고 사는” 교사의 삶을 은유한다.
작품은 또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교감의 부당한 강임, 이사장의 전횡, 교사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은 단순히 소설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 교육계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는 궁극적 메시지는 절망이 아니다. “학교는 백 년을 위해 바로 세워야 할 신성한 곳”이라는 작품 속 취지문에서 드러나듯, 참된 교육에 대한 믿음과 회복의 희망이 끝내 살아남는다.
저자 이성준은 제주 해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 가,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제자를 가르쳤다. 2010년 학교를 떠난 뒤 전업 작가로 나서며, 시집 『억새의 노래』, 대하소설 『탐라의 여명』, 장편소설 『해녀,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오랜 문학적 축적이 응집된 성과이자, 교육자와 문학인의 이중적 정체성이 맞물려 탄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선인장이 있는 풍경화』는 교육 현장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남는 인간의 의지를 ‘선인장’이라는 상징에 담아낸 깊이 있는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