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자 동시조집 『아하! 그렇구나』 - 동심의 언어로 삶을 비추는 따뜻한 시조의 세계
『아하! 그렇구나』는 동시와 시조, 두 장르의 경계에서 태어난 특별한 시집이다. 시인 구금자는 이 책을 통해, 동심이라는 세계의 진실성과 시조라는 고전 양식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접목시킨다. 그 결과, 짧지만 울림이 깊은 작품들 속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순수한 감정과 세상에 대한 놀라움,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으로, 그러나 결코 아이들만의 세계로 국한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한다. 『아하! 그렇구나』는 유쾌하고 명랑한 리듬을 통해 독자에게 웃음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복잡한 층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디지털 기기 속에 갇힌 아이들의 일상, 가족 안에서의 사랑과 갈등,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자기 성찰의 순간까지 - 이 시집은 동심의 목소리로 ‘지금 여기’를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
시인의 작품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봅니다. “팝콘 브레인”, “지비츠”, “슬릭백 댄스”, “드론을 타고” 등 현대적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디지털 시대 아이들이 마주하는 현상과 고민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또한 자연과 생명에 대한 따스한 시선, 사회와 가족을 향한 사랑, 어린 시적 메시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아하! 그렇구나』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아이들의 삶의 단면을 따뜻하게 비추는 작품들이 담겨 있다. 1부에서는 일상의 작은 순간과 깨달음을, 2부에서는 친구와 공동체, 놀이와 배려의 감정을, 3부에서는 생태와 환경, 가족의 의미를, 4부에서는 기술과 문화, 다양성과 상상력을 다채롭게 펼쳐낸다.
예를 들어, 「팝콘 브레인」에서는 정보 과잉 사회에서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뇌를 위트 있게 풍자하며, 「누가 좀 알려줘요」에서는 괴롭힘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놓인 복잡한 심리를, 「지구가 아프대요!」에서는 생태 감수성을 간명한 시어로 전달한다. 이러한 시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이 단순하지 않음을, 그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인식의 주체임을 말해준다.
이 책은 시조라는 한국 고유의 형식을 동시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실험이자 성공적인 융합의 예다. 시조의 리듬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과 현대적 주제를 다루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는 오랜 시조문학의 틀을 유연하게 확장하며, 어린이 문학과 한국 전통 시 형식의 새로운 접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아하! 그렇구나』는 단순한 동시집을 넘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소통의 매개이자,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에 적합한 교육적 감수성을 갖춘 책이기도 하다. 시마다 담긴 질문과 여운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씨앗을, 어른에게는 성찰의 시간을 건넨다.
어린이 독자는 물론, 시조를 사랑하는 어른 독자에게도 이 책은 깊은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한 편 한 편의 시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함께 웃고, 반성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그야말로 『아하! 그렇구나』라는 감탄과 공감이 자연스레 터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