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골짜기》 사건 이후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앤의 막내딸 릴라는 거의 15살이 되어가는 억누를 수 없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첫 성인 파티에 대한 설렘에 가득 차 있지만, 서구 세계에 곧 닥칠 혼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부모님은 릴라가 야망도 없고 대학 진학에도 관심이 없으며, 그저 즐겁게 노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걱정합니다. 하지만 릴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케네스 포드와 춤을 추고, 두 사람은 군중에서 벗어나 함께 시간을 보내지요.
대륙이 전쟁에 휘말리자 젬 블라이스와 제리 메러디스는 즉시 입대했고, 앤, 낸, 페이스 메러디스(릴라는 젬과 약혼했을 거라고 의심한다)는 화를 냅니다. 릴라의 오빠 월터는 성인이지만 입대를 거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장티푸스를 앓았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전쟁과 죽음의 추악함이 두려워서였습니다. 월터는 릴라에게 자신이 겁쟁이라고 털어놓고 릴라는 월터가 속마음을 자신에게 털어놓아 기뻐했습니다.
입대된 소년들은 훈련을 위해 킹스포트로 향했습니다. 젬의 개, 도그 먼데이는 글렌 기차역에서 젬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밤샘을 합니다. 릴라의 형제자매 낸, 디, 월터는 레드먼드 칼리지로 돌아가고, 셜리는 퀸즈 아카데미로 돌아가면서 릴라는 부모님, 독신 가정부 수잔 베이커, 약혼자가 전선에 나가는 동안 블라이스 부부의 기숙사에서 지내는 교사 거트루드 올리버와 함께 집에 남겨집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릴라는 마을에서 청소년 적십자회를 조직하며 성장합니다. 전쟁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던 중, 젊은 어머니가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뒤 사망하여 생후 2주 된 아들을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을 발견합니다. 릴라는 병약한 어린 아들을 수프 그릇에 담아 잉글사이드로 데려가 ‘제임스 키치너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릴라의 아버지 길버트는 그녀에게 전쟁고아를 키우라는 과제를 줍니다. 릴라는 아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그 과제를 잘 해내며 결국 제임스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게 됩니다.
분쟁이 확산되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릴라와 가족은 전쟁 소식을 걱정스럽게 지켜봅니다. 릴라는 마을 사람들과 동료 학생들에게 게으름뱅이로 낙인찍힌 월터와 더욱 가까워지고, 월터는 이를 깊이 반깁니다. 릴라는 월터가 마침내 자신을 단순한 여동생이 아닌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월터는 결국 입대하고, 릴라의 새로운 연인 케네스 포드(《앤의 꿈의 집》에서 만난 오웬과 레슬리 포드의 아들)도 입대합니다. 그는 떠나기 전 릴라에게 키스하고,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다른 사람과 키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합니다. 릴라가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한 채 책은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