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손동권·김재윤의 공저로 『새로운 형법총론』을 출간한 후 14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 사이 형법총론 관련 일부 형법 개정, 관련 법령의 개정과 판례의 변경이 다수 이루어졌으나, 2018년 2월 손동권 교수님의 정년퇴임과 2019년 9월 김재윤 교수의 건국대학교 이직으로 이를 반영한 개정판 출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형법 교과서가 되어 갔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형법총론』의 개정판이 출간되지 못한 사정에는 이러한 공저자들의 주변 여건도 있었지만 2009년부터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에서 형법이론을 담은 교과서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사정도 큰 몫을 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종전 법과대학 시절 형법총론, 형법각론 교과서는 사법시험 준비 여부를 떠나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용 교재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은 3년이라는 짧은 교육 기간 동안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한 강의와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법도그마틱(Rechtsdogmatick)이나 형법이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수업에서 형법 교수가 합일태적 범죄체계론(Einheitslehre), (인과적, 목적적, 사회적, 인격적) 행위론, 법인의 범죄능력, 객관적 귀속이론, 부합이론, (형식적, 실질적) 위법성론, 책임이론, 미수의 처벌근거, 불능미수에서 위험성 판단의 척도, 정범·공범 구별이론, 공동정범의 본질론, 정범배후의 정범이론, 공범의 처벌근거 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가는 여지없이 ‘변시부적합 강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두고 로스쿨 학생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시험 선택형 문제에서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은 문제의 출제를 어렵게 하는 법무부, 사례형 문제에서조차 ‘甲, 乙, 丙의 죄책은?’이라는 질문을 통해 관련 쟁점에 대한 풍부한 학설의 타당성 검토를 통한 결론의 도출이 아닌 판례 결론의 기계적 기술을 요구하는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기존 『새로운 형법총론』의 개정판이 아닌 『로스쿨 새로운 형법총론』이란 이름으로 로스쿨 시대에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분투하는 로스쿨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출간하는 이 책에서 역점을 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책은 기존 『새로운 형법총론』에서 소개하고 있는 형법이론을 최대한 소개하되 그 내용을 축약하여 설명함으로써 예비법조인인 로스쿨 학생이 손쉽게 형법총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둘째, 이를 위해 그동안 변호사시험에서 출제 빈도가 높은 쟁점을 [사례] 또는 [심화사례] 형태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충실히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숙지해야 할 주요 판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선택형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판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는 최근 변호사시험 선택형 및 사례형 기출 문제와 해설을 수록함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복습을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 책은 형법이론서이자 수험서의 성격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Hybrid) 책입니다.
셋째, 이 책은 국내에서 출간된 형법이론서의 소수 견해를 모두 담기보다는 통설이나 다수설, 그리고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개별 학설에 대한 출처를 밝히는 각주도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학설과 형법이론의 출처는 참고문헌으로 대체했습니다. 또한 이 책의 기술 과정에서 기존 『새로운 형법총론』에서 손동권 명예교수님의 견해와 배치되는 견해를 따른 경우에는 각주에서 손교수님의 견해를 소개함으로써 교수님의 학문적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편집 방향에 대해 흔쾌히 동의해 주시고 개별 장마다 꼼꼼한 수정의견을 보내주신 손동권 명예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불민(不敏)하여 『새로운 형법총론』의 개정판이 아닌 다소 새로운 형태의 책을 내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너무나 큽니다. 그리고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저 판의 출간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피앤씨미디어 박노일 사장님과 편집을 위해 정성을 다해 준 편집부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