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대부분 고달프지만 "최애" 음식이 있다면
오늘의 시름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바삭하거나 쫄깃하거나 폭신한 튀김옷에 육즙 가득 고소함을 품은 탕수육.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가 자신의 ‘최애’ 음식이라 확신에 차 말하는 메뉴는 바로 ‘탕수육’이다. 역세권에 살아본 적은 없어도 ‘탕세권’은 벗어나본 적 없는 저자에게 탕수육은 평범함을 가장한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평소에도 즐겨 먹던 음식이지만 어쩐지 온 힘을 다해 마감한 날 먹으면 보양식을 먹은 듯 힘이 나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푸짐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와 새콤달콤한 소스가 방전된 체력을 충전해주니 오감 만족의 탕수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마감은 늘 버겁지만 그 끝에 수고한 나를 위로해줄 선물 같은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탕수육이 될 수밖에 없다. 이후 저자는 “마감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중국집에 들러 탕수육을 먹기” 시작했다. “일부러 시간과 마음을 써서 행복한 식사를 했다. 그렇게 마감식이 특별한 의식으로 자리잡은 후부터 마감은 행복한 일이 됐다.”(「프롤로그」에서)
이처럼 책에는 북디자이너로서 종이 위 활자와 씨름하고, 창작의 고통과 변수 많은 일정을 견뎌낸 끝에 맞이하는 마감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때마다 탕수육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혼자, 혹은 동료와 함께 나눈 기억과 풍경을 담담하면서도 맛깔나게 기록했다.
꼭꼭 씹어 삼키며 쌓아 올린 서른 번의 위로
책에는 모두 서른 곳의 중국집, 서른 그릇의 탕수육이 소개되어 있다. 중국집은 저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자주 발길이 닿는 곳과 일부러 찾아간 낯선 곳을 균형 있게 선별했다. 또한 탕수육 먹는 방식을 두고 논쟁을 벌일 만큼 취향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소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적절히 섞어 방문했고, ‘부먹’ ‘찍먹’ ‘볶먹’으로 나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부 ‘오늘의 탕수육’에서는 최애 음식에 대한 애정을 담아, 좋아하는 장소와 맛, 그리고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2부 ‘오늘의 마감식’에서는 일과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물론, 공간의 색채와 간판·메뉴판의 서체 같은 디자이너의 시각적 관찰을 더한다. 나아가 식당의 운영 방식과 일하는 모습까지 살펴보며,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 창작자로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깨달음을 준 장소들도 두루 소개한다. 무엇보다 평소 ‘일하는 사람과 일하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현장감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했다.
『어떤 탕수육』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작은 의식처럼 찾아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의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마감이 끝나면 탕수육을 먹는다”는 저자의 작은 습관은, 어느새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자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평범한 음식이 하루를 견디게 하고, 슬픈 기억마저 새콤달콤하게 덮어주는 경험을 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포만감 가득한 이 책을 권한다.
“여러 곳의 중국집을 방문해 단맛과 신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와 조리법을 지켜보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이 복잡한 맛은 단순히 설탕이나 식초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요리사의 고민과 시도, 노력이 결국 우리의 혀끝에 도달해 다채로운 풍미로 완성되는 것이다. 단맛이 꼭 설탕일 필요는 없고, 신맛이 꼭 식초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듯 인생도 그렇다. 다양한 슬픔과 다양한 기쁨을 맛볼수록 우리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_「삶은 다채로운 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