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법의 목적은 신에 대한 사랑이다
『대이교도대전』의 제목에 대하여
『대이교도대전』은 『신학대전』과 더불어 가장 많이 전승된 토마스의 작품으로, 184개의 수사본과 20개의 파편들을 포함하고 있다. 라틴어 제목 ‘숨마 콘트라 젠틸레스’Summa contra gentiles에서 ‘숨마’는 본디 ‘주요 내용’ 또는 ‘요약’이라는 뜻으로, 스콜라 학자들은 ‘숨마’를 통해 그들의 학설을 엄격한 체계적 형식으로 서술했다. 『대이교도대전』의 몇몇 수사본에서는 ‘믿지 않는 이들의 오류들을 거스르는 가톨릭 신앙의 진리에 대한 책’(Liber de veritate Catholicae Fidei contra errores infidelium)이라는 제목이 사용되었다. 이 저술의 호교론적 목적만 강조하는 이들은 이를 ‘호교대전’이라 부르기도 하고, 저술 방법에 강조점을 둘 때는 ‘철학대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는 『신학대전』과 대비시켜 이성적 방법에 의한 가톨릭 신앙의 해명이라는 방법적 의도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많은 수사본이 ‘숨마 콘트라 젠틸레스’라는 제목을 선호한다. 이 제목을 토마스 자신이 붙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매우 오래된 제목임은 분명하며, 근래 중세철학계에서는 대부분 이 제목을 채택하고 있다.
저술 연대
저술 연대 결정의 전문가인 고티에에 따르면 이 작품은 여러 장소에서 거의 7년에 걸쳐 저술되었다. 『대이교도대전』 각 권의 저술 시기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제I권 제1-53장: 프랑스 파리, 1258~1259
제I권 제53-102장: 이탈리아, 1259~1261
제II권: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1261~1262
제III권: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1263~1264
제IV권: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1264~1265
저술 동기·의도·목적
도미니코회 수사 페트루스 마르실리우스는 1313년에 쓴 『아라곤 왕 자코모 1세 연대기』에서 도미니코회 세 번째 총장이자 위대한 법학자인 페냐포르트의 라이문두스(1175?~1275)에 관해 이렇게 증언한다.
“그[페냐포르트의 라이문두스]는 비신앙인들을 개종시키려는 열망에 불타, … 전 세계 성직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인정받는 토마스 아퀴나스 수사에게, 비신앙인들의 오류를 물리칠 수 있고 어둠의 음침한 분위기를 흩어 버리고 믿을 태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참된 빛의 가르침을 계시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 써 달라고 청했다. 그 교수는 장상의 겸손한 청원을 받아들여 감히 능가할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대이교도대전』]을 집필했다.”
셰뉘는 『대이교도대전』이 13세기에 이슬람을 대적하는 그리스도교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에 더해 『대이교도대전』은 특별히 아베로에스를 거슬러 기술된 것이 아니다. 검토되고 비판되어야 하는 것은, 이교도·무슬림·유대교도·이단자 등 ‘잘못된 자들’ 전체다. 그러나 아베로에스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였다는 연대기적 분위기를 인정한다고 해도, 적어도 이 작품이 […] 선교사들을 위한 소책자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팻푸르트는 『대이교도대전』을 이렇게 읽으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비그리스도인과 비신앙인들을 ‘생각하며’ 저술된 책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비신앙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그들에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그들이 두려워했던 어려움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확신과 광범위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도록 요구받고 있다. 한마디로, 『대이교도대전』은 비신앙인을 위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교과서이며, 그리스도인과 비신앙인 사이에 ‘싹트는’ 종교일치적 시도다.”
전체 작품의 구조
『대이교도대전』의 라틴어 원전은 네 권(liber)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III권은 다른 권들에 비해 부피가 곱절이라 I, II, III-1, III-2, IV의 형태로 출판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I권은 신을 그 자체로 고찰한다.
제II권은 피조물이 신으로부터 창출創出되어 나오는 과정을 고찰한다.
제III권은 피조물이 신으로 돌아가는 귀환 과정을 서술한다.
제IV권은 인간적 이성의 자연적 빛을 초월하는 진리를 다룬다.
대이교도대전』 III-2권의 구성과 내용
토마스는 제I권에서 신의 존재와 신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제II권에서는 신에게서 발출되는 것들과 그 질서에 대해 설명한다. ‘신론’과 ‘창조론’에 해당하는 논의를 마친 후 제III권에서는 ‘섭리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새로운 논의를 진행한다. 토마스는 신의 존재(제I권) 및 창조의 결과(제II권)가 이성의 범위 안에서 서술된 것과 같이 창조의 목적과 그것을 향한 피조물의 질서 또한 이성적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토마스에 따르면 신이 자유로운 의지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말은 이 세상이 의지의 고유한 대상인 선을 향한 질서 속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III 1). 그렇다면 피조물의 목적인 그 선은 무엇인가? 발출된 것들은 무엇으로 회귀하는가? 이것을 밝히는 것이 제III권의 주요 내용이다. 곧, 제III권은 신이 자신의 창조를 완성에 이르게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물들을 통치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서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사물의 목적으로서의 신을 다루는 부분(III 2-63)이고, 둘째는 피조물 일반에 대한 신의 통치를 다루는 부분(III 64-110)이며, 셋째는 이성적 피조물에 대한 신의 통치를 다루는 부분(III 111-163)이다. 이 서술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토마스 자신이 중간 부분에서 한 번 숨고르기를 하며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83장). 『대이교도대전』 제III권은 이 중간점을 기준으로 삼아 III-1권과 III-2권으로 나뉜다.
『대이교도대전』 III-2권을 내용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84장부터 110장까지는 신의 섭리가 만물 일반을 보존하고 다스린다는 ‘보편적 통치’에 관해 논구한다. 이 부분에서는 우연성과 신적 섭리의 확실성(제84-93장), 섭리와 기도(제95-96장), 기적(제98-102장), 마법(제104-110장)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111장부터 163장에서는 ‘지성적이면서 이성적인 피조물들에 부여되는 섭리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만물 가운데서 주로 인간을 가리키는 이성적 피조물과 연관되는 섭리, 즉 ‘특별한 통치’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는 섭리와 신법(제111-115장), 신법과 계명(제116-129장), 신법과 권고(제130-138장), 상급과 처벌(제139-146장), 은총(제147-163장)에 관해 설명한다. 인간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신의 은총을 통하여 궁극 목적에 도달한다는 주장으로 『대이교도대전』 제III권 후반부는 종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