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버거운 날, 한 잔 술처럼 따뜻하게 건네는 이야기”
『술 권하는 여자』는 시조 시인 김영철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자전 에세이이다. 시와 산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한 번쯤 마주하는 외로움과 슬픔, 위로와 희망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얄궂은 가족사,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 끝내 전하지 못한 말, 마음에 오래 남은 어떤 사람, 반려동물과의 이별, 형제와의 마지막 술자리,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단함… 삶의 희로애락이 따뜻한 문장으로 곰살맞게 담겨 있다.
그의 글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관념적인 언어 대신,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진솔한 언어로 채워져 있어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간절한 눈빛에서 시대의 풍경을 읽어내고, 빗소리 한 자락에서 먼저 떠나보낸 동생을 떠올리며 슬픔을 노래한다.
『술 권하는 여자』는 겉으론 유쾌하고 소소하지만, 읽고 나면 한참을 곱씹게 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술 권하는 여자”는 실제 인물이 아니다. 때론 기억이고, 때론 슬픔이고, 때론 인생이라는 이름의 술잔이다. 누군가에게는 나를 다독여주는 친구이고, 누군가에게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는 기억이다.
김영철 시인은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어렵지 않고, 겉멋을 부리지도 않는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편안하다. 글 중간중간에 짧게 실린 시들은 마치 글 사이에 놓인 숨결처럼, 독자의 마음을 한 번 더 건드린다.
특히 이 책은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씩 꺼내 읽기 좋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데워지면 좋겠는데
참 웃픈 기도 같은 말 ‘화장실에 두세요!’”
화장실에 두고 읽으라는 저자의 농담 섞인 진심처럼, 당신의 하루를 잠시 멈추고 숨 고르게 해 줄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 문장은 농담이 아니라, 책이 누군가의 일상에 ‘조금씩이라도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진심 어린 바람이 담긴 표현이다. 독자가 책을 가장 가까이 두고, 가볍게라도 펼쳐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녹아 있는 대목이다.
『술 권하는 여자』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조금은 지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따뜻한 위로 한 잔, 쓸쓸한 마음에 건네는 정다운 말 한마디가 필요한 날, 이 책을 펼쳐보라. 삶은 때로 힘들고 복잡하지만, 글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