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18가지 음식들!
어쩌다 우리 식탁에 올라왔을까?
앞으로 어떻게 세계로 뻗어 나갈까?
‘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해외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한국 라면 리뷰 영상을 올리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밥을 사재기하지 말라는 호소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2021년에는 ‘먹방(mukbang)’과 ‘치맥(chimaek)’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우리 음식의 고유한 맛과 향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 음식’이 된 걸까?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잡채부터 살펴보자. 잡채는 조선 시대부터 만들어 먹던 음식이지만, 당시에는 당면을 넣지 않았다. 채소, 버섯, 고기, 해산물 등 온갖 재료를 모아 넣고 양념해 볶은 요리였다. 그러다 19세기 말 당면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잡채의 운명이 뒤바뀐다. 6·25전쟁 이후 가난하던 시절, 저렴한 당면 잡채를 넉넉히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부터 당면은 잡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 이제는 심지어 당면 없는 만두나 순대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처럼 음식은 늘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나아가 그 자체로 문화가 된다. 다양한 재료와 음식이 국경을 넘나들며 현지의 전통과 만나 새로운 유행을 꽃피운다.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의 신작 『교양 한 그릇』에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국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를 배우고, 다시 요리와 글쓰기를 오랫동안 갈고 닦아 온 저자의 특이한 이력을 반영하듯 다채롭고도 풍성한 식탁이다.
전통과 유행이 만나 펼쳐 내는 맛깔나는 이야기들을 한입에!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입맛 맞춤 교양 식단이 왔다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오늘 급식 메뉴는 뭐예요?’에는 한때 낯설었지만 이제는 학교급식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인기 음식들을 담았다. 본디 고급 요리로 취급받던 ‘경양식’의 대중화나 미국의 밀가루 지원에 힘입은 짜장면의 한국화는 그 자체로 우리 근대사의 중요한 장면이다. 한편 떡볶이와 MSG(인공 조미료의 일종)의 복잡한 관계는 음식을 단순히 맛이나 영양 섭취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 국수’라는 것 외에는 잘 모르고 먹던 파스타의 긴 역사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을 덮은 뒤에는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부: 아, 출출해 간식 먹어야지’에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다이어트의 적들을 고루 담았다. 초콜릿이 ‘사랑의 묘약’이 된 데에 과학적 근거도 있을까? 김밥은 어떻게 글로벌 음식으로 발돋움하게 된 걸까? 세계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디일까? 책을 읽다 보면 맛있는 디저트들에 관한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크림 성분표를 보고 원하는 맛을 골라내는 방법이나 해외에서 ‘하드’를 시킬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배울 수 있다.
‘3부: 주말인데 뭘 먹을까?’에서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들을 다룬다. 예컨대 ‘K-치킨’의 발전은 국민 영양 개선을 위한 정부 주도의 육계 품종 도입과 식용유 대량 공급 덕에 가능했다.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주인이 먹다 남긴 자투리 조각을 가지고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던 원조 치킨의 역사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한편 삼겹살에 얽힌 일화도 눈길을 잡아끈다. 우리 조상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던 이유, 우리가 오늘날 삼겹살을 즐겨 먹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맛있는 음식들의 더 맛있는 사연이 가득 담겨 있다. 입맛을 돋우는 삽화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을 보여 주는 사진 자료들도 풍부하게 한 상에 차렸다. 저자의 실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에피소드는 덤이다. 예컨대 재일교포들에 의해 현지화된 ‘일본 냉면’을 소개할 때에도 저자의 인터뷰 경험을 곁들인 덕에, 더욱 실감나게 ‘음식 문화 기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박찬일이 준비한, 익숙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7종의 특별 레시피도 부록으로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