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방법론은 간결하고도 독창적이다. 선정 기준을 ‘작은 원칙들’로만 묶어 두되, 신약성서를 중심에 두고(필요 시 구약을 인용), 공관복음-사도행전-바울서간-요한계시록의 순서를 따라 복음의 전개를 따라가며, 출생사·복음전파·고난·부활·부활 현현으로 펼쳐지는 구원의 드라마를 시적으로 재배열한다. 이로써 독자는 성경의 큰 흐름 속에서 각 본문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확인한다.
형식은 더욱 분명하다. 모든 텍스트를 ‘4행시’의 리듬으로 다듬어, “해석”과 “묵상”이라는 두 축을 정교하게 교직(交織)한다. 학문적 주해의 골격 위에 기도문 같은 울림을 더해, 문장 하나하나가 신학과 영성의 경계에서 맺힌 결실처럼 읽힌다.
주제의 전개 또한 탄탄하다. 100편의 신앙시는 십자가 위 약속의 음성-“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에서 시작하여, 새 예루살렘의 소망과 재림의 축원으로 나아간다. 독자는 고난과 영광, 역사와 종말, 개인의 고백과 교회의 희망을 가로지르는 신앙의 지형을 한 권 안에서 순례하듯 걸어간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미덕은 ‘말씀-예술-독서’의 삼중주다. 본문은 주요 성서 장면과 호흡을 같이하는 명화와 성음악을 적극 호출해 ‘오늘의 의미’를 열어젖힌다. 저자는 “영감이 풍성한 창조적 작가들”이 제 시대의 지평에서 성서를 응시한 흔적을 세밀하게 읽어, 그 시선이 오늘의 독해를 어떻게 견인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피렌체 우피치의 베로키오 〈그리스도의 세례〉, 월스터 박물관의 토머스 콜 〈광야의 그리스도에게 시중드는 천사들〉, 베를린 보데의 빌만 〈야곱의 꿈〉,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엘 그레코 〈성 베드로의 눈물〉 등 작품 안내만으로도 시와 그림을 끼워 읽는 기쁨이 선연하다. 더 나아가 베로키오의 화면에서 성령의 ‘형체’를 사선형 광선으로 포착하는 미학적 독해나, 빌만의 〈야곱의 꿈〉에서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는 ‘사다리’의 신학적 상징을 읽어내는 대목은, 말씀과 이미지의 상호번역이 얼마나 풍성한 신학적 사유를 낳는지 생생히 증언한다.
저자의 목소리는 겸허하고 담백하다. 2025년, “열 번째 책”으로 정리한 이 묶음은 “말씀의 숲을 걸어온 진솔한 신앙고백”이자, 팔십 평생의 앎과 삶이 합류한 영적 결산으로 읽힌다. 따라서 이 책은 교리의 전달보다 ‘말씀 앞에서의 체험’을 더 깊이 신뢰하는 이들에게 한층 친근하다.
독서 효용도 분명하다. 설교자의 본문 구상이나 소그룹·큐티의 묵상 교재로, 예배 전후의 묵상 낭독문으로, 혹은 개인 영성일기의 문장들로 자연스레 옮겨 붙는다. 무엇보다 “분량이 아니라 내용”을 중시한다는 저자의 태도-짧은 행들 속에 본문 전체의 신학을 응축하려는 시도-는 오늘의 독자에게 꼭 맞는 독서 리듬을 제안한다.
요컨대, 『나의 영혼을 움직인 영감의 성서구절』은 주해의 정확성과 묵상의 온기를 4행시라는 미니멀한 형식 안에 담아, 말씀 읽기의 새로운 길을 여는 “기도하는 시학(詩學)”이다. 성경을 공부로만 대하지 않고, 기도·예배·예술 감상과 함께 살아 있는 현재형의 언어로 만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