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살자, 강동수들아!
너를 온전히 너로 봐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잖아.”
강동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눈에 띄지 않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그렇게. 그래서 친구도 적당히만 사귀고, 감정은 조심스럽게 숨기며 하루하루를 조용히 버티듯 살아간다. 그리고 여기 새로 전학 온 또 다른 강동수가 있다. 조용한 강동수와 달리 잘생기고, 엉뚱하고, 호기심 많고, 어디에 있든 튀는 강동수. 그래서 별명도 ‘깡동’이다. ‘깡동’ 때문에 졸지에 강동수는 ‘그냥 강동수’라서 ‘걍동’이 되어버렸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깡동’은 자기 삶을 하나의 극본처럼 연출하고, 하필이면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걍동’의 곁을 맴돈다. 매일 교실을 찾아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드라마 등장인물처럼 말하고,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며 동수의 조용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정반대의 성격상 사사건건 충돌하고 부딪칠 수밖에 없지만 그런 과정에서 두 ‘강동수들’은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든다. 도망치고 싶은 가족 이야기, 마주하기 두려운 자기 자신, 다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의 자국들. 그 모든 것을 조금씩 들키면서, 둘은 서로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이름만 같았던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소설은 관계의 힘과 변화의 가능성을 믿게 만든다. 강동수와 강동수가 서로의 결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을 조롱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아주 조금씩-서투르지만 진심으로-건드리는 과정, 이 어긋난 손짓과 미숙한 대화 속에 십대가 가진 고유의 생채기와 감수성이 담긴다.
그러나『강동수들』은 감정의 섬세한 떨림을 건드리면서도, 과잉된 서정성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장면마다 단단한 유머, 대사마다 생생한 생활감, 그리고 인물 간의 거리감을 정확히 조율하면서 한 편의 잘 쓰인 드라마처럼 완결된다.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들의 관계는, 청소년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갈등을 경쾌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낙인과 편견, 소외와 우정을 넘나드는 10대의 현실을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포착한다.
『강동수들』은 동명이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동명이인의 만남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두 강동수들이 서로의 세계를 발견해가는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따뜻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