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문장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읽어야 할지 모른다. 이제 심연은 미디어로, 그리고 그 안을 응시하는 우리의 눈길은 곧 데이터가 되어 우리를 되돌아본다. 미디어는 단순히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관찰하는 주체가 되었다. 우리가 미디어를 바라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우리의 데이터는 이미 기록되고 활용되고 있으며, 그 데이터는 다시 우리를 향해 되돌아오는 것이다.
예컨대 넷플릭스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순간, 당신의 취향은 스포티파이의 추천곡으로 이어지고, 유튜브의 추천 영상으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넷플릭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았다면, 스포티파이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운드트랙이 추천 리스트에 오르고, 유튜브에서는 〈Golden〉의 커버 영상을 당신에게 추천할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당신이 일상에서 나눈 대화 속의 관심사는 곧바로 구글 광고로 돌아온다. 데이터는 개별 플랫폼 안에서 머물지 않고 서로를 관통하며 당신의 취향과 욕망을 재구성하고, 결국 당신이 무엇을 보고, 듣고, 소비할지를 다시 짜맞춘다.
『미디어 데이터 사이언스 이해』는 단순히 당신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을 전해 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미디어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 마련되어야 할 ‘데이터 윤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데이터를 활용할 뿐 아니라, 우리 역시 데이터로 활용되기에, 데이터 윤리에 대한 고려는 시급한 문제다. 데이터는 더 이상 우리가 일방적으로 다루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되비추고, 다시 우리를 조형하는 능동적 힘이다. 오늘날의 데이터 사회에서 데이터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또는 데이터가 당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책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