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짝사랑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기한이 정해진 타임머신을 타고
잘못된 고백의 그날로 갈 수 있다면?
짝사랑 중독 클럽에 온 걸 환영해. 한 장씩 나눠 받은 초대장은 짝사랑을 이뤄주는 타임머신이야. 그 초대장을 찢으면 짝사랑이 이뤄질 확률이 가장 높은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해. 한 장씩 차례로 찢되 지금으로부터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네 장 다 찢어야 해. ─본문 중에서
밝고 거침없으면서도 다정한 성격의 이도는 친구 태현을 좋아한다. 그저 사진밖에 모르는 순진무구한 태현의 곁에서 맴돈 지 어느덧 5년. 그런 태현을 좋아한다는 친구 현지가 나타나면서 이도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우주는 태현을 바라보는 이도에게 동성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고백의 타이밍을 노리지만 이도가 무심히 뱉은 말 한마디에 처참한 기분을 맛보고 만다. 한편 태현은 연상의 배구부 선배 연아에게 푹 빠졌다. 소심한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연아의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던 태현은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평소와 다르게 군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싫은 지나는 완벽한 짝사랑 상대를 찾았다. 해랑고의 아이돌 은호. 하지만 그에게는 꺼림칙한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짝사랑을 끝낸 이도, 우주, 태현, 그리고 안전하게 짝사랑 중인 지나에게 찾아온 짝사랑 회생의 기회. 과거로 돌아가 잠에서 깨듯 눈을 뜬 시점은 저마다의 짝사랑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날이다. 자신의 소중한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서 네 사람은 1년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그 선택들은 어떤 사건을 축으로 하나로 모이게 된다.
이도, 우주, 태현, 지나, 그들은 과연 다시 얻은 기회에서 짝사랑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 만나는 진실은 무엇일까.
“너는 내가 아닌 것을 그토록 좋아하는데 왜 나는 하필 그런 너를 좋아하는 걸까.”
아릿하고 저릿한 짝사랑의 순간, 그 이면에 숨은 것들
우주는 생각했다. 어쩌면 옆자리를 지키는 일로만 남겨 둘 때 욕심은 가장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짝사랑에 기꺼이 중독되어 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본문 중에서
이 작품의 각 장은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찌르는 듯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도가 화자인 첫 장은 “네가 좋아하는 사람, 쉽게 포기했지?”다. 태현을 좋아하는 라이벌이 나타나자마자 한발 물러나는 이도를 정확하게 겨냥한 말이다. 매사 적극적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머뭇거리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우주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두 번째 장은 “네가 좋아하는 사람, 사실 너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줬지?”로, 이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건넨 말에 마음을 접는 우주의 상황을 정확히 요약한다. 태현과 지나가 주인공인 이후 장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짝사랑을 정리하는 한 줄의 도입 문장이 짝사랑 중인 독자들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이 펀치를 맞으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실패한 짝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우스갯소리로 갈음되는 아픈 사랑의 기억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다시 추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렬한 도입으로 시작하는 매 장마다의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짝사랑에 빠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로 포기하지 마.”
미래를 위한 과거 여행, 그 사이에 성장하는 주인공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용기를 내서 정직해질 수 있다면, 우리의 다음 사랑은 무조건 성공이겠지? ─본문 중에서
단 네 명의 인물들이지만 이들이 하는 짝사랑은 십대가 하는 짝사랑의 거의 모든 유형을 잘 드러낸다. 그렇게 자신만의 짝사랑을 떠올릴 수 있도록 감정 이입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아쉬웠던 고백의 순간으로 시점을 되돌리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성공이라는 단순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네 주인공의 시간 여행은 미처 보지 못한 당시의 자신과 상대의 감정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들고 그 감정에 빠져 놓쳐 버린 더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는 사실, 짝사랑을 성공시키기 좋은 날이라는 것의 진실. 이 모든 깨달음에서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전혀 이질감 없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결말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시간 여행’은 주인공들을 과거보다 더 아프지 않는 미래로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인 셈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배려하는 과정은 네 아이들을 한 뼘 성장하게 하고 독자들에게 그들을 응원하게 돕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짝사랑의 달콤하고 씁쓸한 감정을 되새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로맨스 소설로, 아쉬움 가득한 짝사랑의 순간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판타지 소설로 다양한 매력을 지닌 채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