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먹는 존재,
먹는다는 것을 깊이 생각할수록 인간이란 무엇인지 보인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것에 관해 깊이 생각하는 연습은 우리 삶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듭니다. 거듭 “왜 그렇지?”라고 질문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당장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삶과 세계를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을 단련할 수 있지요.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하는 연습을 하는 데 먹는 행위와 먹거리에 관해 생각해 보는 일은 더없이 좋은 시작입니다. 이 책 『먹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일상적인 행위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그 시작을 돕습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고, 누구도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삶의 질을 좌우하기도 하고,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의 문제와도 닿아 있어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포진해 있습니다.
저자 후지하라 다쓰시는 일상에서 역사적·사회적·철학적 질문으로 뻗어나가는 책으로 독자를 만나 왔습니다. 특히 그의 전작 『분해의 철학』에서 이른 아침 골목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에서 이 세상에서 청소되는 것들, 균과 같이 사라져 마땅하다 여겨지는 것들에 주목하며 우리가 행하는 멸균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의 순환을 가로막는지에 관한 논의를 펼친 적 있습니다. 이 책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자가 강단에 설 때마다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지요. 이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며 저자의 표현처럼 소용돌이를 이루며 커지고 깊어집니다. 무언가를 맛있다고 느꼈다면 왜 그것을 맛있다고 느꼈는지부터 시작해, 인간의 먹는 행위와 동물의 먹는 행위는 무엇이 다른지, 인간은 비단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면 충분한지, 먹는 행위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등 이야깃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이들의 대화는 보는 이들에게도 한번쯤 곰곰 생각해 볼 여지를 던집니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살아간다는 것과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먹고 있고, 왜 먹는지를 곰곰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고, 왜 살아가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지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야깃거리로 삶의 자세를 새삼스레 돌아보고, 새로이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거창하고 먼 문제에서 출발하는 철학 공부 대신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생생하고 맛깔난 철학적 대화가 궁금한 독자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