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쿠데타를 다 취재한 유일한 기자
1971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한 趙 대표는 한국에서 일어난 네 번의 쿠데타(5·16, 유신, 12·12, 12·3)를 다 취재, 기록(책)을 남긴 유일한 현역이다. 그는 윤석열의 계엄을 ‘망상적·발작적 계엄’으로 칭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2024년 12월3일의 계엄선포는 여야의 지도자를 체포, 구금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통제할 목적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유신 쿠데타와 유사한 전형적인 친위쿠데타 시도였다. 군대 안 간 정치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병정놀이 하듯이 계엄군을 운용하는 바람에 두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로 진압되었다.
이 친위쿠데타 시도는 종북반역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걸었으나 실제 진행과정을 보면 부정선거음모론이란 망상과 사랑하는 부인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함과 민주당에 대한 울분이 겹친 발작적 자해(自害)행위로 보인다. 앞선 세 번의 쿠데타가 불법이란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유능한 집권세력을 만들어내 나름대로의 역사적 역할을 한 것과 달리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미수는 시대착오적이었다.”
그날 저자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길을 윤석열이 열어젖힌 것임을 직감했다.
주술과 음모론에 넘어간 권력자의 누적된 失政이 파국을 불렀다.
그는 윤석열의 몰락을 예약한 사건들을 누적적으로 설명한다. 무도한 청와대 대통령실 이전, 대선 1등 공신 이준석 몰아내기에서 드러난 정치적 미숙, 과학을 무시한 의대증원 2000명, 황당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총선 참패 후에도 계속된 尹의 폭주.
일련의 사건들은 尹의 지지기반을 하나씩 허물어 버렸다. 2022년 여름 이준석 축출 공작은 24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그를 당선시킨 ‘세대포위론 연합구조’의 와해를 뜻했다. 2024년 의대 2000명 증원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보수의 핵심세력인 의료인들의 집단이탈로 국힘당의 총선참패를 불렀다. 윤석열식 정치는 보수 세력을 골라서 저격한 내부총질이었고, 12·3 계엄선포는 국군 지휘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이 저지른 굵직한 실정(失政)의 공통분모는 정보 오판이다. 권력자가 눈이 먼 상태에서 하는 칼질처럼 위험한 것이 없는데 그는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수하(手下)에 두고도 오산(誤算)과 망상(妄想)의 늪에 빠져 일을 저질렀다.
윤석열 계엄의 진짜 이유는 김건희 보호?
저자는 계엄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윤석열 부부의 주변인들을 취재하면서 사실상 ‘김건희 보호용’ 계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동석한 자리에서 김 씨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상(年上)의 남편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기록했다. 그 사나운 윤석열이 뭔가 기(氣)에서 눌리는 인상을 받았고 갑(甲)이 김건희라는 느낌이 왔으며 이런 이상한 관계가 국가의 주요 정책에 반영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 드리워진 주술과 음모론의 그림자는 이성적·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2022년 3월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던 국방부청사를 찾아 둘러보고는 수행자들에게 “여긴 군인들이 근무할 곳이지 대통령이 일할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측근들을 소집한 당선인은 “국방부로 가기로 했으니 이젠 다른 말 하지 말라”고 했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정황을 전해준 사람은 “문제는 김건희였다”고 했다.
저자는 나아가 계엄 직전 윤 대통령을 폭발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도 김건희 여사 문제였으며,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예방적 계엄’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작년 초 이른바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김경률 비대위원) 직후 윤 대통령과 대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냥 선거용이라고 넘어갈 정도의 언급이었는데도 대통령이 흥분상태에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대한 원색적 욕설을 퍼붓는 데 놀랐다고 한다. 그 순간 김건희 씨가 윤석열에게는 건드리면 안 되는 존엄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보수의 몰락과 극우의 탄생
‘계몽령’을 주장하는 광장세력의 등장으로 한때 탄핵기각의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조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8:0 파면 결정은 확실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예언하면서 “탄핵이 기각되면 내전적 상황, 인용되면 금방 조기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큰 문제는 선거를 통해 해결된다. 약 3000만 명 이상이 투표할 것인데 그 결과는 주권자의 결단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딘다”고 덧붙였는데, 이 예측 또한 맞아떨어졌다.
저자는 “국민의힘은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나왔을 때 윤석열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였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보수세력이 다음과 같이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1. 지난 5월3일 국민의힘이 윤석열 세력의 황태자 격인 김문수를 후보로 선출하였을 때 이재명 당선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백만 표 차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공언(公言)은 예언도 아니었다.
2. 대선에서 약 300만 표 차로 패배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잘 싸웠다”면서 변화를 거부,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출범 직후부터 일머리를 아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는 사이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토호당’, ‘웰빙당’의 조개껍질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3. 한동훈 전 대표의 말대로 국민의힘은 ‘尹 어게인당이냐, 보수 어게인당이냐’를 놓고 저질 게임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 지고도 더 망가져, 대한민국을 위하여 싸우는 세력이었던 보수가 졸지에 대한민국과 싸우는 세력으로 돌변했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과 부정선거 선동을 편들다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게 하는 ‘사실·헌법·자유’를 공격하는 세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보수의 극우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고 합헌 권력을 상대로 국민 저항권 운운하니 공화국의 적, 즉 반역세력화된 것”이라며 “보수는 헌법 수호 세력이어야 하는데 좌파가 오히려 호헌(護憲)을 외치고 극우는 헌법에 도전한다”고 지적했다. 극우에 대한 그의 정의는 명확하다.
“극우의 개념은 ‘헌법을 무시하는 폭력성’인데 건국 이후 처음으로 그런 세력이 등장하고 국민의힘이 여기에 가담한 것이다. 보수의 자살이 극우이고 윤석열의 자식이 극우이다.”
이재명 후보·대통령과 나눈 다섯 시간 대화
저자는 대통령 당선 전후 이재명과 두 차례 총 다섯 시간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잘 웃는 사람이 이긴다”며 이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성격이 운명이란 말이 있는데 윤석열은 화를 잘 내는 사람, 이재명은 잘 웃는 사람이었다. 처칠은 잘 웃기는 사람, 히틀러는 증오심을 부추긴 사람이었다. 레이건은 남을 웃기면서 총 한 방 쏘지 않고 ‘악의 제국’을 해체해 간 이다.
이재명이 쇼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인생(人生)의 본질을 연극으로 이해한 사람이 셰익스피어였다. 한 기자가 “배우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레이건은 즉석에서 “아니 대통령이 어떻게 배우가 안 될 수 있습니까?”라고 답한다.
계엄사태를 평화적으로, 헌법적 질서 속에서 진압하고 선거를 통한 국민적·주권적 결단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도 지난 77년간 시행착오의 연극을 되풀이하다가 실연(實演)의 경지에 오른 경우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도 흥미로운데 대통령 당선 직후 ‘갑자기 달라진 경우’로 김영삼, 박근혜, 윤석열을 꼽았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엔 윤석열, 문재인을 올린다.
“김영삼의 좌파적 역사관, 박근혜의 친중반일(親中反日) 정책, 그리고 윤석열의 독단적 청와대 대통령실 이전은 예상 밖이었다. 세 사람이 선거운동 기간에 보여준 활달한 모습은 순식간에 교조적인 딱딱함으로 변했다.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가 대통령을 세상과 차단하고 아부파들로 둘러싸이게 하는 고유한 기능이 있는 건지,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개헌의 초점은 윤석열·문재인처럼 사고치는 대통령을 막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우려의 메시지도 남겼다.
“군인들은 다른 나라 군대의 위협을 평가할 때 “의도보다 능력에 주력하라”고 한다. 능력이 압도적이면 상대를 치고 싶은 유혹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부와 국회에 대한 압도적 지배력을 갖게 됨으로 굉장한 견제나 자제력이 없으면 사법부나 언론에 대한 독단적 영향력을 멈추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