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비만, 심장병, 탈모, 우울증…
우리 몸을 지휘하는 생체리듬과 빛의 중요성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마다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며 피로를 달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대학교에서 공중보건의학과 석사를 취득하고 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과학, 건강, 환경에 관한 연구들을 주제로 글을 쓰는 린 피플스는 《광합성 인간》에서 망가진 생체리듬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문제들, 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의 원인을 찾던 저자는 생체리듬과 조명, 특히 태양의 상관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태양시를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부족한 일조량과 과도한 인공조명이 생체리듬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체리듬과 빛의 상관관계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전자레인지의 작은 조명까지 전부 가린 지하 벙커에 들어가 열흘을 보낸다. 실험을 통해 저자는 우리 몸에 타고난 생체시계가 있음을 확인하고, 빛이 생체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는 특히 교대 근무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두드러진다. 아직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근무를 잠재적 발암 요인으로 지정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야간 근무가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위험을 약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서는 부모 쥐의 생체리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새끼와 이후 자손에게까지 기분 장애가 나타난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생체리듬은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유발한다. 미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인 의료과실은 주간 근무자보다 야간 근무자의 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업무상 과실과 사고, 교통사고 등의 문제가 생체리듬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이외에도, 린 피플스는 이 책에서 스포츠나 시험에서 최고의 능률을 내기 위해 빛을 이용하는 방법, 생체리듬 차이 때문에 화성에는 올빼미형 인간만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웨딩 케이크 모양으로 지어진 이유 등 생체리듬과 빛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흥미로운 연구와 사례들을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빛과 생체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이유로 조작된 시간 시스템과, 너무 과한 인공조명과 그에 비해 부족한 일조량을 지적한다.
조명은 많아졌지만, 빛은 사라졌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조명을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태양빛을 받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블루라이트라고 부르는 청색광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빛이다. 눈에 있는 ‘ipRGC(감광성 망막 신경절세포, intrinsically photosensitive retinal ganglion cell)’는 빛의 색과 강도를 감지하여 지금 지구 시간이 몇 시쯤인지를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ipRGC는 ‘멜라놉신(melanopsin)’이라는 빛 감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멜라놉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약 480나노미터의 짧은 파장이 바로 청색광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블루라이트가 몸에 좋지 않다는 오해 때문에, 낮에는 오히려 태양의 강한 블루라이트가 필요함에도, 안경, 선글라스, 유리창 등에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넣어 블루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밤에는 반대로 너무 많은 청색광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을 공격한다. 휴대폰, TV, 컴퓨터의 화면, 가로등을 비롯한 인공조명들이 우리 몸이 잠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후 위기 역시 일조량을 부족하게 하는 원인이다. 잦은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태양을 가리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후 위기 방지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개발된 LED 조명 역시 일조량 부족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밝은 청색의 LED 조명은 낮에는 실내에 ‘밝은 척’하는 빛을 내뿜고, 저녁에는 잠에 들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기 때문이다.
이제 시계를 재설정할 시간
흐트러진 생체리듬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태양시에 맞춰 일어나고, 잠에 드는 것이겠지만, 9 to 6가 일반적인 현대사회에선 태양시에 맞춰 살기가 어렵다. 저자는 현실 속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오전에 20~30분 동안 집중적으로 햇볕 쬐기, 규칙적인 식사 시간 지키기, 디지털 화면이나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 조절하기, 필요하다면 영양제 활용하기, 카페인 줄이기 등 작은 노력들이 생체리듬을 되살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체리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위적인 시간 시스템과 인공조명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체리듬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빛 공해를 줄일 수 있는 조명 기술 연구, 일조량을 고려한 일터 구성 등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