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30일, 그냥 기다릴 수 없는 이유
암 관련 서적을 서점에서 둘러보면 대부분은 뚜렷한 주제를 갖고 있다. 암 환자를 위한 저염 식단, 수술 후 회복 스트레칭,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처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건강 관리에 직접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 속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암 진단을 받고 수술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다. 병원 예약일과 수술 날짜가 정해지고 나면 많은 사람은 수술까지의 기간을 그저 기다림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다림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그 길이만큼 불안과 공허함이 쌓인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모순적인 나날들. 이 책은 바로 그 공백에 들어와 환자를 붙잡아 준다.
저자는 암 진단 직후부터 수술 당일까지의 30일을 대기가 아닌 준비로 규정한다. 여기서 준비라는 말은 단순히 체력을 끌어올리고 병원 절차를 마무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회복의 질을 좌우하는 시동이자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첫 단계다. 그래서 책의 초반부도 ‘수술 전 30일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 속에는 수술이라는 큰 산을 앞두고 조급하게 몸을 혹사하거나 무리한 변화를 주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시기를 숨 고르기의 시간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운동에 대한 부분도 이 책만의 시각이 드러난다. 일반적인 건강서는 하루에 몇 분, 몇 세트 식의 구체적인 운동량을 제시하고 근육량과 체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목표는 내 몸이 여전히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 그래서 걷기, 가벼운 스트레칭, 호흡 조절 같은 아주 기본적인 동작부터 시작한다. 이 방법은 체력이 약한 환자나 고령자도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식단에 대해서도 무조건 하지 말라는 식의 일방적 금지 대신 암 환자로서 왜 좋지 않은지에 대해 저자가 직접 묻고 조사해 얻은 전문적인 근거와 함께 설명한다.
그리고 많은 환자가 예상치 못하는 어려움인 ‘병원 행정 절차와 검사 준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짚는다. 병원 상담 때 평소 복용하는 약과 건강보조제를 정리해 가야 하는 이유, 입원 전날까지의 식사와 수분 조절 방법, 각 검사 전 피해야 할 행동들 등 병원에서는 두루뭉술 알려주는 부분들이 꽤 자세하게 적혀있다. 저자는 자신이 겪으며 놓쳤던 부분을 솔직하게 적어 독자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돕는다. 수술을 앞둔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 한 권이, 그 30일을 전혀 다른 결의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암을 먼저 겪은 한 사람이 들려주는 진짜 준비법
상당수의 건강 서적은 전문가가 환자를 대상으로 놓고 쓰는 방식이다. 의사, 영양사, 운동 코치가 각자의 분야에서 권장 사항을 제시한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은 귀중하다. 하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는 그 전문성이 때때로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현장에서 매일 환자를 만나는 의료진이라도 환자로서의 하루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곧바로 다가오는 이유는 저자가 의사도 아닌, 암을 직접 겪은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단순히 병을 이겨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저자의 문장은 절대 과장되지 않았을뿐더러, 같은 처지에 놓여있을 사람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진다. 건강을 위해 무조건 지켜야 하는 필수 사항이 아닌 환자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명령형도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수술 전날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 그는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기보다 차라리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보라고 권한다. 이것이 의학적으로 권장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환자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라는 사실보다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환우의 말이다. 저자의 글에는 불안함을 잠재울 작은 디테일이 많다. 병원 대기실에서의 시간을 줄이는 법, 수술 전 챙겨야 할 간단한 용품, 자세한 검사의 과정, 병실에서 겪게 되는 자잘한 문제들. 이런 내용은 수술 전 안내서나 의학 논문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막상 환자 생활에서는 절실한 팁이다. 그리고 이런 팁은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읽고 나면 독자는 나를 안내해 줄 동행을 만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동행은 의사도 가족도 아닌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 환자다. 선배의 손에는 전문 지식만이 아니라 밤늦게 찾아오는 두려움과 새벽의 고요한 호흡, 회복을 기다리는 나날 속 작은 기쁨까지 담겨 있다. 결국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의 안내가 따뜻하고 동시에 실용적이라는 점이다. 두 가지가 하나로 엮여 독자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건강서가 아니라 수술 전 30일을 지나는 사람에게는 길잡이가, 그리고 그 가족에게는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30일,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다시 쓰는 시간
수술을 앞둔 30일이라는 시간은 흔히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병원 예약 날짜를 손꼽아 세며 마치 대기실의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처럼 길고 무기력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시간을 다른 빛으로 비춘다. 저자는 그 30일을 단순한 대기 기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숨을 고르는 귀중한 시기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준비란 곧 전투를 앞둔 무장 훈련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와 같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마음의 준비에 대한 비중이다. 흔히 수술 준비라고 하면 검사나 식단 조절, 운동 같은 신체적 과정만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그 틈새에 스며 있는 마음의 움직임을 같은 무게로 다룬다. 불안과 두려움을 애써 밀어내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회복의 질을 좌우하는 첫걸음이라 말한다. 억눌러 감춘 두려움은 더 크게 번지지만, 인정한 두려움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하루의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라고 권한다. 그렇게 남긴 기록은 수술 전 30일을 통과한 나만의 심리 지도이자 수술 후에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 책은 암이라는 사건을 단지 견뎌야 하는 고통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삶을 다시 설계하는 터닝 포인트로 바꾼다. 회복 후의 나를 그려보는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수술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본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여행, 오랫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 다시 걸어가고 싶은 길. 언뜻 단순한 소망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닻이다. 닻은 배를 멈추게도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도 한다. 그렇게 닻을 내린 마음은 더 이상, 파도만 바라보지 않고 그 너머의 수평선을 향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깨닫게 된다. 병은 삶을 멈추게 하는 신호가 아니라 삶을 다시 쓰기 시작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이 30일은 병을 견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오히려 내 삶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