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가의 여행 방식
작가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조화진은 과거 책에서 아름답게 묘사된 파리의 골목골목이 궁금해 직접 그곳으로 향한다. 문학가들이 드나들던 카페와 서점은 물론, 유명 작가들이 잠든 공동묘지까지 산책하듯 거닌다. 에디트 피아프, 오스카 와일드 같은 예술가들의 묘소 앞에서는 경외심을 담아 참배하며, 문득 북받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을 준비할 때 저자는 숙소 근처에 도서관이나 서점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작은 책방 한켠에 앉아 가져간 책을 읽기도 하고, 카페에서는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뉴욕 숙소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아름답기로 유명한 뉴욕공공도서관을 방문했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곳에서 보낸 하루는 부족함 없는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 여성으로서 주부로서, 삶의 무게에 갇히지 않기 위해
저자는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오로지 글쓰기만을 좇으며 살아온 것은 아니다. 아내이자 주부로서의 역할을 우선했고, 그 삶에 집중했다. 하지만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누구인가?’ ‘젊은 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녀는 이후,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정한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여행은 그러한 결심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탈출구가 된다.
매일같이 장을 보고 요리하던 일상이 여행지에서는 달라진다. 현지 시장을 구경하고,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즐거움이 된다. 익숙한 일조차 낯선 곳에서는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자유로움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떠나고 싶을 때는 주저 없이 떠날 것. 그녀는 자신의 삶의 스위치를 스스로 켜고 끄며 살아가고자 한다.
▶ 여행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내일이 예측되지 않듯, 여행 중에도 예기치 못한 일은 늘 생긴다. 날씨 탓에 비행기가 지연되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 혹은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유명인을 마주치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도 인생도 신비롭고 흥미롭다. 우리가 내일을 기대하듯, 여행을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막막하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고민이 많을 때면 대개 집 안에 틀어박힌다. 저자 또한 그랬다. 그러나 결국 고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임을 깨닫고,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여행지에 온 듯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떠난다. 눈앞의 문제를 잠시 잊고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민에 대한 해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