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겁니다.”
- 디지털 세상의 시민을 위한 37가지 IT 교양
2030년, 디지털 세계의 여행법
아침 6시, 잠에서 깨자마자 거울 앞에 섭니다. “체온 36.6℃, 혈압 70-110, 체중, 맥박,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 모두 정상입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사실 이건 보통 거울이 아니라 ‘페이스하트’라는 이름의 AI 닥터입니다.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나만의 주치의죠. 덕분에 병원을 찾은 기억이 까마득하답니다. 평소보다 일찍 깬 건 8시까지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에요. 혼자서 떠나는 첫 해외여행. 내겐 시각장애가 있지만 두렵진 않아요. 지난해 머리에 심은 ‘블라인드사이트’라는 칩을 통해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아침 7시, 운전기사 없는 자율주행 마을버스에 오릅니다. 나를 가까운 버티포트, 즉 에어택시 승강장에 내려줄 거예요. 공항까지는 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걱정 없습니다. 네 개의 프로펠러로 하늘길을 달리는 에어택시로는 10분이면 충분하니까요. 공항에서도 얼굴인식 AI로 작동하는 스마트패스가 모든 수속을 대신하죠. 여권을 꺼낼 일도, 줄 서서 기다릴 일도 없답니다. 비행기에 오르자 휴머노이드 승무원이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반깁니다. 집에서 눈을 뜬 지 1시간 30분 만이에요.
좌석에 앉아 큼직한 선글라스처럼 생긴 웨어러블 컴퓨터를 써봅니다. 역시 얼굴인식으로 로그인을 하니 어젯밤에 본 시트콤의 최신 회차가 올라와 있네요. 내 취향을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기분도 잠시, 화면 한쪽 구석에 뜬 쇼핑 정보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눈여겨봐온 백팩을 여행지에서 싸게 살 수 있다는 정보예요. 현지 매장을 똑같이 구현한 가상 스토어에 방문해 백팩을 만져보고 들어본 뒤 구매 예약을 걸어둡니다.
들뜬 내 표정을 본 옆자리의 외국인이 말을 거네요. 당황할 것 없어요. 서로의 스마트폰에 인터넷 없이도 어떤 언어든 통번역 해주는 온디바이스 AI가 있으니까요.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기내식은 승객이 사전에 신청한 음식 캡슐을 3D 푸드 프린터로 요리해 나옵니다. 나는 갓 구워낸 토스트와 따뜻한 커피를, 외국인 친구는 비빔밥을 주문했어요. 전주에서 먹어본 것과 똑같은 맛이라고 해요. 밥을 먹었더니 슬슬 졸음이 쏟아지는군요. 한숨 자고 나면 여행지에 도착하겠죠? 거기선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아침부터 겪은 일들과 감상을 정리해 최신 챗GPT-10에 담아두고 단잠에 빠져듭니다. 내 여행을 ‘한 시각장애인의 세계일주’란 다큐멘터리로 엮어줄 믿음직한 동료죠.
IT 세계의 외계어들과 친구 되기
컴퓨터 과학자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모든 분야에서 기계가 인류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기, 즉 ‘기술적 특이점’이 2029년부터 시작될 거라고 전망합니다. 특이점 이후에는 지금껏 인류가 이룩한 기술발전이 원시적으로 보일 만큼 폭발적인 진보가 이뤄진다고 하죠. 실제로 방금 소개한 2030년 여행자 에피소드 가운데 일부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나머지도 대부분 실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다시 말해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디지털 기술로 둘러싸인 IT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편리와 재미를 주는 동시에 그동안 사람들이 해오던 역할을 빠른 속도로 대신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편에선 인공지능과 기계가 사람들을 일터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과 질병에서 해방된 인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거라는 장밋빛 희망이 동시에 나돕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무기력한 비관도 근거 없는 낙관도 아니에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겁니다.” 컴퓨터 과학자 앤드루 응의 말처럼 중요한 건 IT 세계를 읽고, 이해하는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먼저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겠죠. 나노 기술, 큐비트, BCI, 6G, 생성형 AI, 딥러닝, 디지털 트윈 같은 알쏭달쏭한 ‘IT 세계의 외계어 친구들’과 말예요.
희토류에서 양자컴퓨터까지
1비트에서 또 하나의 지구까지,
디지털 세상의 시민을 위한 IT 교양
이 책은 우리가 사는 IT 세계를 다섯 가지 주제(컴퓨터 과학, 데이터 과학,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스마트 인프라)로 나누고, 각 주제의 핵심 개념과 용어를 시사 뉴스와 일상의 에피소드에 담아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컴퓨터 부품 업체 중 하나이던 엔비디아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떠올랐는지, 점점 더 작아지는 반도체 칩 속엔 어떤 세상이 숨어 있는지, 양자컴퓨터는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알게 될 거예요(1장 사람이 만든 컴퓨터, 컴퓨터가 만든 세계). 내 취향을 저격하는 유튜브·쿠팡의 비결이 무엇인지, 인터넷이 전 세계를 어떻게 이어주는지에 대해서도요(2장 세상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메모장의 한 줄짜리 코드에서 시작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수준에 이른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세상에 가져온 변화를 바라보는 안목도 갖추게 될 겁니다(3장 인간과 컴퓨터의 대화, 프로그래밍). 마침내 인간의 능력과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첨단 AI 기술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4장 특이점 앞의 인공지능), 앞서 소개한 기술들이 우리의 의식주와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고 바꾸게 될지에 대해서도 짐작해볼 수 있을 거예요(5장 현실과 가상의 융합, 스마트 인프라).
매 에피소드의 끝에 등장하는 4개의 쿠키(다시 익히기, 개념 짝짓기, 꼬리를 무는 IT 상식, 생각 나누기)들은 앞서 익힌 낱낱의 지식들을 IT 세계를 보는 눈, 즉 디지털 문해력으로 확장하는 장치입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IT 세계란 무엇인지, 그 세계에서의 더 나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