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지성이자 ‘조금 다른’ 어른
최재천의 ‘아주 색다른’ 리더십 강의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해온 결과, 저자는 점차 ‘리더십 회의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혼자 지시하고 명령하며 잘잘못을 평가하는 강력한 카리스마형 리더(boss)를 자연에서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큰 방향을 제시하되 배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로 선택한 여왕개미에게서 실무적으로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일개미들이 개미 사회의 일 전문가들인 만큼, 사사건건 관여하지 않고 많은 일을 믿고 맡긴다는 사실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왕개미의 리더십이야말로 과정을 중시하고 구성원을 섬기는 존재(server)로서 지도자상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리더는 독단적이지 않은 리더입니다. 신뢰하고 위임할 줄 압니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 지원을 해주면 책임을 맡은 여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면서 집단지성을 이뤄내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19면)
저자는 이런 리더십을 ‘지속가능한 리더십’ 또는 ‘품는 리더십’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과 소통의 실례를 보여주고자 침팬지 사회의 권력 분배, 귀뚜라미들의 짝짓기 방식 등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를 악물고 들어라”(37면) “토론 말고 숙론”(47면) 등, 저자가 직접 시행착오 끝에 얻은 소중한 교훈들도 함께 나눈다.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해야 한다!”
새 시대의 리더들에게 전하는 진심
‘내가 꼭 리더를 해야 할까?’ ‘내가 리더가 되어도 좋은 사람일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자문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살다보니 어느 날 리더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예외는 조선의 왕들로, 어려서부터 그들은 체계적인 제왕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성군으로 기록된 왕은 드물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8면) 어떻게 하면 ‘숙론의 장’을 여는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작은 단위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꾸만 실수한 직원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일상을 헤쳐나가고 있는 리더들이 던진 질문에 생생한 체험담을 섞어 조언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다음의 문장으로 수렴하는바, 리더라면 남들 위에 군림(君臨)하지 말고 구성원들과 함께 울고 웃는 리더가 되라는 것이다(“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43면)).
거듭된 탄핵 국면을 겪으며 ‘왜 우리의 대통령은 자꾸만 실패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부딪힌 지금, 새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상은 어떠해야 할지도 함께 숙론해본다. 특히 불법계엄을 일으켜 함부로 군림(君臨)하려다 탄핵된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이 일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리더(leader)는 리더(reader)여야”(83면) 한다고 단언한다. 또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공개되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전 국민이 목격하게 된 일을 두고, 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숙론 문화’가 퍼지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희망도 전한다.(5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