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란의 시대를 극복하려고 나온 비책서, 《육도·삼략》
― 전설처럼 등장해 수천 년 동안 쓰인 무학(武學)의 근본
대화편으로 구성된 《육도》와 잠언이 엮인 《삼략》은 따로 쓰였지만 함께 읽히는 기묘한 책이다. 《육도》는 상나라 말기의 폭군 주왕을 무찌르고 주나라의 국가 경영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강태공(姜太公)이 썼다고 전한다. 한편 《삼략》은 전국시대를 끝낸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숨어 살던 장량(張良)이 우연히 황석공(黃石公)이라는 기인을 만나 전수받은 책으로 알려져 있다. 두 이야기 모두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기록한 것으로, 오랫동안 원작자와 집필 시기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출토된 죽간들을 통해 볼 때 《사기》를 근거로 강태공과 황석공이 각각 썼다고 보는 쪽이 무리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전설과 논란은 《육도·삼략》이 혼란의 시대에 등장했다는 역사와 뗄 수 없을 것이다. 《육도》는 상나라에서 주나라로 천하의 중심이 이동하는 시기와, 《삼략》은 전국시대의 종식이 무색하게 다시 전쟁에 접어든 중국이 한나라로 통일되는 시기와 각각 연관돼 있다. 혼란을 종식하고 태평한 세상을 만들려 했던 이들의 고민과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를 담은 책, 그것이 《육도·삼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육도·삼략》은 《손자병법》과 함께 무경칠서(武經七書)로 묶여 중국은 물론 고려와 조선의 교과서가 되어 무학(武學)의 근본으로 자리매김했다.
《육도》와 《삼략》은 단순한 병법서에 머물지 않고, 춘추전국시대의 정치철학과 통치 전략, 인간 이해를 담은 전략서로 널리 인정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육도》와 《삼략》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읽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불교가 흥성했던 고려시대 초기의 인물 왕융王融이 김부金傅에게 내린 교서에 《육도》와 《삼략》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고 했으며,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용도》의 계책을 읽었다는 내용도 있을 정도이니, 병가의 교과서로 널리 애독되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숭문억무崇文抑武의 조선시대에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는 태공을 제사 지낼 정도였고, 무과 시험을 도입했으며, 뒤이은 태종太宗도 《육도》와 《삼략》을 무경칠서, 즉 군사학의 일곱 경전의 하나로 존중하여 무과의 시험 과목으로 넣어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 〈해제_용병술과 제왕학, 천하 경영의 비책, 《육도》와 《삼략》〉, 39~40쪽
2. 전쟁을 잘 수행하는 방법을 넘어 더 좋은 통치를 추구하는 제왕의 도(道)
― 《육도·삼략》을 《손자병법》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
《육도》와 《삼략》은 어떻게 전쟁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두 책은 단지 승리에 골몰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불분명하면, 또는 그저 지배자의 만족을 위한 싸움이라면 지극히 공허할 뿐만 아니라 해롭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우선 《육도》는 천하가 군주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온 백성의 것임을 강조한다. 강태공이 주 문왕, 무왕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육도》에서, 강태공은 “천하의 이익을 같이하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제멋대로 하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면서 승리는 모두가 평안한 세상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삼략》은 “대저 병기란 상서롭지 못한 기물이니, 천도가 그것을 미워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것을 쓰는 것이니, 이것이 천도다.”라면서 전쟁의 파괴성과 그 여파를 분명하게 부각한다. 이처럼 《육도·삼략》은 군주의 가장 큰 무기란 무엇보다 도덕성이며, 민심을 잃으면 나라도 바로 설 수 없음을 거듭 역설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손자병법》과 같은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보완해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손자병법》은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라고 전쟁을 규정했는데, 《육도》는 더욱 넓은 시각에서 천하의 혼란과 갈등을 조정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전쟁을 규정한다. 또한 “전쟁이란 속이는 도”라며 전쟁의 냉혹한 성격을 통찰한 《손자병법》과 마찬가지로, 《육도》는 미인계, 이간계, 금품 매수 등의 수단으로 상대를 기만할 필요를 역설하고 《삼략》은 “은밀한 모략이 아니면 공업을 이룰 수 없다.”며 은밀함과 교묘함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지피지기(知彼知己), 기정상생(奇正相生), 모공(謀攻) 등 《손자병법》의 주요 내용을 함께 담은 《육도·삼략》은 폭군을 제거하고 혼란을 제압하는 용병술과 제왕학의 총체로서 《손자병법》과 함께 읽을 때 더없이 큰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태공이 대답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바로 만백성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로움을 같이하는 자는 천하를 얻게 되고, 천하의 이로움을 제멋대로 하는 자는 천하를 잃습니다. 하늘에는 때가 있고 땅에는 재물이 있으니, 그것을 남과 함께하는 것이 인仁이니, 인이 있는 곳에는 천하 사람들이 돌아갑니다. 남의 죽음을 벗어나게 해주고 남의 어려움을 풀어주며 남의 걱정을 구해주고 남의 다급함을 구제해주는 것이 덕德이니, 덕이 있는 곳에는 천하가 돌아갑니다. 남과 근심을 같이하고 즐거움을 같이하며 좋아함을 같이하고 싫어함을 같이하는 것이 의義이니, 의가 있는 곳에는 천하 사람이 달려옵니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싫어하고 살아있음을 즐기며, 덕을 좋아하고 이로움으로 돌아갑니다. 이로움을 낳을 수 있는 것이 도道이니, 도가 있는 곳에는 천하가 돌아갑니다.”
문왕이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니, 감히 하늘이 내리는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그러고는 수레에 [태공을] 태우고 함께 돌아와서 세워 스승으로 삼았다.
- 《육도》 제1권 《문도》 〈제1편 문사文師: 문왕의 스승〉, 55~56쪽
넉넉하고 유유자적하고 맑고 고요하여 나아가지 않는 것은 사람과 사물을 해치는 일을 신중히 하기 때문이다. 대저 병기란 상서롭지 못한 기물이니, 천도가 그것을 미워하지만 어쩔 수 없어 쓰는 것이니, 이것이 천도다. 대저 사람이 도에 있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에 있는 것과 같으니, [물고기는] 물을 얻으면 살고 물을 잃으면 죽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항상 두려워하여 함부로 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
- 《삼략》 〈하략〉, 340쪽
3. 탁월한 번역과 330여 개의 주석으로 깊이 읽는 전략전술의 고전
― 동양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가 전하는 《육도·삼략》의 묘미
2016년 《한비자》 출간을 시작으로 《손자병법》, 《명심보감》, 《논어》, 《노자 도덕경》 등으로 이어진 〈김원중 교수의 우리 시대 명역 고전〉은 독자들이 믿고 보는 서점가의 대표적인 동양고전 시리즈다. 번역자 김원중 교수는 2021년 《맹자》에 이어 2023년 《장자》를 출간함으로써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양고전을 보다 많은 사람이 수월하게 접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였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육도·삼략》은 고대 중국의 전략과 전술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화와 함축적인 잠언 속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풀어주는 데 힘을 쏟았다. 탁월한 번역과 더불어 《육도·삼략》의 전체 내용을 개괄하고 책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갈무리하며 독서의 방향을 잡아주는 해제와 해설, 《손자병법》과 《노자 도덕경》 등 연관해서 읽어야 할 저작을 풍부하게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돕는 330여 개의 주석을 통해, 독자들은 감추면서 펼치는 전략전술의 고전이 주는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