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 안지추는 혼란한 시기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자신이 깨달은 여러 가지 교훈을 자손 대대로 전하고자 했다.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형제끼리는 어떻게 지내야 하며, 후처(後妻)에 관한 문제를 비롯해 자기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더 나아가 어떠한 성현을 어떻게 본받아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또 관직에 나아가서는 어떠한 자세로 직무에 임해야 하며, 한가할 때에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안씨가훈≫ 속에 담았다.
안지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성현의 명언이나 종교의 교리처럼 순간 뇌리를 번쩍이게 하는 경각의 깨달음이 아니라, 마치 길거리에서 오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언행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 화두를 찾아냄으로써 자신을 반추하는 깊은 성찰의 깨달음과 같다. 이 특징으로 인해,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 문제까지 당부하는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가훈서가 그 집안의 후손들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대 가훈서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읽힌 만인의 가훈서가 될 수 있었다.
≪안씨가훈≫이 이렇게 당대 이래로 끊임없이 유통되며 중시된 가장 큰 요인은 서로 다른 것에서 융합을 찾고, 각기 다른 것에서 통합을 일구고자 부지런히 힘쓴 안지추의 고민과 노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안지추가 살았던 시대는 남쪽의 한족과 북쪽의 이민족이 장기간 대치하던 혼란한 시대로, 그는 자신의 고국인 양나라가 서위의 침입으로 무너지는 망국의 아픔을 경험했으며, 오랫동안 북쪽의 이국에서 낯선 문화를 접하며 살았다. 이러한 대전란의 시대를 살다 간 안지추는 남방과 북방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어느 한쪽을 편벽되게 고집하지 않고 그 차이 속에서 진실로 옳고 참된 것을 좇아 끊임없이 고증했다. 그리하여 ≪안씨가훈≫에는 유·불·도 사상이 두루 포괄되어 있고, 정치·사회·교육·언어·문학·예술 등 각 방면에서 무엇이 가장 옛 도리에 가까운지를 알려 주고 있다. 따라서 ≪안씨가훈≫을 읽으면 남북조시대의 다양한 풍모를 더없이 실감 나게 엿볼 수 있으며,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속언이나 방언 등도 인용하고 있어 그 풍미를 한층 더 새롭게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