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매개로 써 내려간 인생에 대한 이야기
《물의 소리》는 도쿄 변두리 기치죠지역 근처, 반지하 카페 ‘미오’에서 친구 셋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극이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아쓰시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10년 만에 재회한 세 친구. 어느새 쉰 살이 되었지만, 얼굴을 마주하자, 지나간 시간도 잊은 채 중학생 시절의 풋풋했던 기억과 고향 시코쿠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수영부 친구였던 아쓰시, 후타, 나쓰의 행복했던 기억, 숨기고 싶었던 과거, 아픔 등이 점차 드러나고 이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작품 내내 들리는 ‘물의 소리’는 인물 내면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물과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을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독자들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중년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무대 위에는 네 개의 의자와 보면대, 그리고 컵 등의 소품이 놓인 작은 테이블이 있다. 속속 자리를 메우는 20~30대 젊은 관객들. 극단 맨씨어터의 〈물의 소리〉 낭독공연에 대한 기대와 열기가 극장 안으로 조용히 차올랐다. 잠시 후 조명이 꺼지자,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하고, 보면대 위로 대본이 놓인다. 2024년 3월 23일, 한성아트홀, 서울. 한국어는 모르지만, 작가로서 분명 내 이름이 불리고 있었다.(중략) 〈물의 소리〉는 도쿄 근교의 어느 카페에서, 지방 출신의 50세 남녀 세 명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극이다. 2장, 3장으로 나아갈수록 서울의 관객들이 연극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부쩍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자 들려오는 커다란 박수 소리. 객석의 박수는 나의 고향인 시코쿠 세토우치의 사투리로 쓰인 대사의 말맛을 한국어로 잘 살린 번역과 그 세계관을 소중히 무대로 옮긴 배우들, 연출가, 그리고 모든 스태프를 위한 것이었다.
그 박수 소리가 올가을 공연으로 이어져, 한 번 더 내 발걸음을 서울로 재촉하고 있다. 한국의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즐길 날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_나가이 히데미 〈물의 소리〉 한국 초연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