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만 사라지면 바다거북은 행복해질까?
코스타리카는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바다거북 7종 가운데 5종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연구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바다거북의 먹이 활동, 짝짓기, 산란 등을 면밀히 관찰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현상이 바로 오스티오날 해변에서 벌어지는 ‘아리바다(arribada)’다.
스페인어로 ‘도착하다’는 뜻인 ‘아리바다’는, 수천 마리의 올리브바다거북이 매달 산란기를 맞아 일제히 해변으로 몰려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집단 산란 현상을 가리킨다. 약 2킬로미터에 불과한 해변이 거북들로 빼곡히 메워지는 장면은 한 번이라도 보면 잊기 힘든 장관이다. 이처럼 아리바다를 비롯한 산란과 짝짓기 과정은 바다거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해양 생물학자 크리스티네 피게너의 주요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해양 생물학자의 시각에서 바다거북의 생태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들이 처한 위기와 이로 인해 지구 생태계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깊이 있게 고찰한다.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존재로,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환경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바다거북은 어떤 존재이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온 저자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코스타리카의 자연 속에서 고민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크리스티네 피게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먼 나라에서 해양 생물학자가 되기를 꿈꿨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원하는 대학의 해양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그녀의 인생을 바꾼 순간은 한 포스터에서 시작되었다.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에서 바다거북 보호 프로젝트를 함께할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그 포스터는 그녀를 코스타리카로 이끌었고, 그곳은 곧 그녀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
코스타리카의 현장은 매우 열악했지만, 각오가 되어 있던 그녀는 실망하지 않았다. 장수거북을 중심으로 푸른바다거북, 매부리가다거북 등 다양한 종을 연구하며 알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 둥지를 만들고, 불빛 하나 없는 밤바다를 순찰하며, 거북에게 표식을 붙이고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 현장 활동에 전념했다.
그러나 아름답기만 한 경험은 아니었다. 거북에게 물려 부상을 입거나, 밀렵꾼에 의해 동료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많았다. 그 모든 경험을 통해 그녀는 해양 생물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 전반에 대한 인식을 넓혀 갔다.
그리고 2015년 8월, 그녀는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구조하는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그 영상을 계기로, 그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환경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바다와 생명을 위한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