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한 그릇에 담긴 중국 전역에서의 여행 기록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돌돌 말아 올리다가, 문득 이 면 한 가닥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지는. 이 뜨거운 국물은 누가 끓였고, 이 맛은 언제부터 이렇게 전해져 내려왔을까 하고 말이다. 『중면총,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는 그런 호기심을 가진 저자가 배낭 하나 메고 3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떠돌며 면에 담긴 이야기들을 찾아 나선 기록이다.
베이징 골목길의 작은 면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현지 자장멘을 받아든 순간부터, 이 여행은 단순한 맛집 탐방이 아니었다. 시안에서 만난 뱡뱡멘은 넓은 면발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충칭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충칭샤오멘이 인생 면 요리가 되었다. 핑야오에서는 신장웨이우얼 사람들의 면 요리인 라탸오쯔를 우연히 만나 중앙아시아의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다. 특히 언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서 면 하나 주문하려면 정말 온갖 몸짓을 다 동원해야 한다. 메뉴판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한자가 외계어 같고, 그래서 옆 테이블 아저씨가 먹는 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거요!"라고 말하지만, 당연히 안 통하고. 그러다 엉뚱한 음식이 나와서 당황하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게 이번 여행 최고의 한 끼가 되곤 했다. 저자는 이런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15가지 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놀라운 걸 발견하게 된다. 중국은 면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지역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저자는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면 요리를 접하며 면 이야기와 더불어 좌충우돌 여행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더 재미있는 건 저자가 면 요리의 역사까지 파고든다는 점이다. 그냥 맛있게 먹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면이 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지,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이 맛에 영향을 줬는지까지 알려준다. 마치 면 요리를 통해 중국사를 배우는 기분이다. 그런데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여행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내니까 술술 읽힌다. 혼자 낯선 곳에 앉아 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있으면 외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하게 자유롭기도 하다.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들까지 솔직하게 기록해 놨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중국 가서 면 먹고 싶어진다. 저자가 워낙 생생하게 묘사해놔서, 그 뜨거운 국물 온도와 쫄깃한 면발의 식감이 거의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로망도 생긴다. 나도 배낭 하나 메고 어디든 훌쩍 떠나서,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냥 "맛있더라, 안 맛있더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이 지역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먹게 되었는지, 이 음식에 담긴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찾아 나섰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중면총,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는 여행 이야기면서 동시에 문화 탐방기이고, 맛집 가이드이면서 동시에 문화사기도 하다. 면 한 그릇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은 정말 넓고 맛있는 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