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초기 성리학의 발전을 이끈 두 형제, 후대로 이어진 그들의 뜻
이 책은 당파 싸움과 피비린내 나는 사화의 격랑 속에서, 학문과 정치의 접점을 찾으며 성리학을 백성의 삶과 국가 운영에 뿌리내리려 했던 김안국과 김정국의 학문적 업적과 영향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는 주로 이황과 이이에 집중되어 왔고, 그들에게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선구자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다. 이제 형이상학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암울한 시대에도 이상을 향한 실천을 멈추지 않았던 김안국과 김정국의 지적 여정과 학문적 유산을 추적한다. 김안국은 『정속언해』로 유교 이념을 널리 보급했으며 『이륜행실도』로는 윤리적 삶의 본보기를 제시했고, 김정국은 『성리대전서절요』로 올바른 국정 운영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책상 앞의 이론가가 아니라 조선사회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개혁을 실천한 지식인이었다.
그들의 뜻은 제자와 후학에게도 이어졌다. 유희춘은 『주자대전』, 『주자어류』 등 주자학 핵심 문헌을 정리·보급해 조선 성리학의 사상적 절정기에 기여했고, 정지운과 김인후는 각각 ‘경(敬)’과 ‘성(誠)’을 중심으로 천명(天命)을 해석하며 성리학의 사상 지형을 확장했다. 이처럼 김안국·김정국과 그 문인들은 성리학의 탐구와 실천을 통해 이상적인 유교사회의 구현을 꿈꾸었으며, 그들의 업적은 조선 성리학을 완성기로 이끌었다.
사화의 위협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김안국, 김정국의 지적 여정과 학맥을 따라가면, 성리학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고 해법을 모색한 구체적 실천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조선 성리학의 전개 과정을 새로운 시각과 통찰로 그려낼 수 있다. 암울한 시대에도 이상을 향한 실천을 멈추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분명 현대인과도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한국 철학사와 조선 지성사의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앎과 삶의 일치’를 향한 길을 다시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