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말에 휘둘리지 않는 법, 깨달을 수 있어
불안 없이 맛있게 먹는 즐거움, 찾을 수 있어
외모 비교, 다이어트로 지친 청소년에게 이 책은 마치 상담실의 문을 조용히 열어 주는 것처럼 다가간다. 문을 열면 책상 앞에 꼿꼿이 앉아 있는 고압적인 선생님이 아니라, 마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청소년기를 지나온 언니 같은 상담가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맞아 준다. 그가 들려주는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은 청소년 독자가 자기 몸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다이어트와 외모 강박을 넘어서 청소년들이 진짜로 고민하는 감정의 근원을 함께 들여다본다. 음식에 좋고 나쁨을 가리기 어려운 것처럼 뭘 먹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음식과 관계 맺는 법을 다시 배우도록 한다. 또, 완벽한 몸은 환상 속에서나 존재한다며 누군가 내 몸을 평가한다면 분명히 선을 그으라고 조언한다. 흔히 칭찬으로 여기는 ‘살이 빠지니 예뻐졌다’거나 ‘운동을 하더니 몸이 좋아졌다’는 등의 말이 독이 든 선물이라는 사실도 지적한다. 외모를 평가하는 말은 결국 우리의 무의식에 ‘예뻐지려면 살을 빼야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 주기 때문이다. 그의 조언을 듣다 보면, 독한 말에도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중심을 찾게 된다.
각 장에는 ‘한번 해 봐’라는 별도 페이지를 마련해 청소년 스스로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돕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불안 없이 맛있게 먹는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된다. 또한 한때는 음식을 먹는 일이 전쟁 같았다고 고백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리나 테나의 대담하고 감각적인 그림은 시각적으로도 몰입을 이끈다.
거울 앞에서 자꾸 한숨이 나온다면
거울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봐
사춘기, 몸이 달라지고 마음도 출렁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몸은 낯설고 마음은 까닭 없이 복잡하다. 특히 외모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 중 하나다. 거울 앞에 선 자신이 별로인 것 같고, SNS 속 반짝이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괜히 위축된다면, 그건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적인 비교와 압박은 자기 비하와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섭식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지 말자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의 감정과 식습관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려 준다. 무심코 반복해 온 해로운 습관과 강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게 하는 활동도 풍부하게 담겨 있는 실용적인 심리 워크북이기도 하다.
거울 앞에서 자꾸 한숨 쉬는 나를 발견할 때, 내 몸의 주인은 나인데 내 몸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 먹어도 괴롭고 안 먹어도 괴로운 순간이 찾아올 때 이 책을 펼쳐 보자. 상담을 받기엔 아직 망설여지고 혼자 감당하기엔 조금 벅찬 10대들에게 이 책은 안전하고 따뜻한 자기 돌봄의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혹시 마음 한편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스친다면, 이 책은 그 손을 살며시 잡고 상담실로 향하는 용기를 북돋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