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히 떠난 천재, 여운 긴 작품들
기묘하고 독특한 정서 속에서 피어나는 공감
포스타입 ‘고랭순대 상영관’, 네이버블로그 ‘고랭순대’를 통해 중단편 만화 다수를 독자들에게 선보여 온 ‘고랭순대’ 작가의 작품집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고랭순대 작가의 작품이 큰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발표한 〈합리화〉라는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이른바 ‘조현병 만화’로 알려진 이 작품은 고랭순대 특유의 장점이 크게 발휘된 작품이다. 주제를 날카롭게 찌르는 정확한 포인트, 기발한 반전, 그리고 긴 여운… 그리고 눈길을 끄는 작화까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랭순가 작가의 작품에 처음 눈길을 준다면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풀컬러 웹툰이 대세가 된 한국 만화 시장에서 아무 채색 없이 선과 톤만으로 그려졌으며, 그것도 도트의 거친 느낌이 도드라져 보이는 고랭순대 작가의 작화는 좋게 말하면 개성적, 나쁘게 말하면 아마추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마추어와도 같은 투박함이 오히려 고랭순대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와 잘 어울린다. 고랭순대 작가의 작품은 판타지적 요소가 대부분 포함되며 호러,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다. 설득력이 있고 핍진성이 탁월하다. 그래서 작품의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증폭되어 와닿는다.
| 깊은 여운, 반전의 스토리, 고랭순대의 명작들
그리고 처음 세상에 공개되는 작품까지
고랭순대 작가의 작품은 특별한 시리즈로 카테고리가 구분되지 않은 단편, ♡치유물♡ 시리즈, 잿빛 추리관 시리지, FILM OF NIGHT, 오노마토페 등으로 구분된다.
이번 첫 단행본에는 이 중 FILM OF NIGHT 카테고리로 구분된 〈땅거북 스프〉, 〈필름 매니악〉, 〈유령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일일배역〉이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발표되었을 때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자 고랭순대 작가가 첫 단행본에 수록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고랭순대 작가는 단행본을 준비하던 도중 2024년 8월 세상을 떠났다. 새 작품을 발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성실하게 준비한 원고 중 세상에 내놓지 않은 작품이 많다. 일부는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았거나, 그림이 아닌 글 형태로만 준비되어 있지만 작품집의 권수가 쌓이면 이런 작품도 순차적으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겉모습만으로는 고랭순대 작품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경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첫인상만으로 고랭순대의 작품을 무시하기엔 스토리의 힘이 너무나 강하다.
이번 단행본 출간에는 단지 자식이 완성하지 못한 책을 세상에 내보이겠다는 뜻 이상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랭순대를 아끼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그의 작품을 종이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단행본에는, 온라인(블로그, 포스타입 등)에 공개되었던 작품은 물론, 미공개 원고까지 담았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그가 남긴 것을 하나라도 더 전하고 싶었습니다.웹에서 한 컷씩 보아온 작품들을 만화책 형식으로 편집하면서, 이 작은 이야기들이, 책이라는 형태 안에서 다시 한번 온기를 갖길 바랍니다.
-고랭순대 작가의 아버지